문재인 "김종인, 모욕당해 사퇴생각…대선까지 이끌어 달라 요청"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례대표 순번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자 당무거부와 함께 사퇴의사까지 내비지자 이를 만류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표가 급거 상경, 김 대표와 45분간 면담했다. 

22일 오후 문 전  대표는 구기동 김 대표 자택에서 면담을 마친 뒤 "우리 당의 간판으로 야권의 총선 승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른바 화룡점정을 잘해주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한 것이 다 허사가 되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고 알렸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가)개인적으로 아무런 욕심없이 오로지 우리 당을 살리는 일만 해왔는데, 그것이 마치 노욕인 것처럼 모욕당한다면 내가 이 당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며 김 대표가 사퇴까지 고려했음을 전했다.  

또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자신이 뭔가 개인적인 욕심을 갖고 어떤 사심에 기해서 이런저런 결정을 한 것처럼 매도당하고 한 것에 대해, 명예를 가장 중시하는 분으로서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고 자존심도 상한 것같다"며 "여러모로 우리 당에서 이번 과정에서 서운하게 해드린 일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공천 문제에 대해 "제가 김 대표를 어려운 시기에 모셨고, 정말 우리 당을 되살리는 좋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그에 걸맞는 대접과 예우를 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가 노욕 때문에 국회에 들어가고자 한 것이 아니다. 이번 총선을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로 치르는데 간판 역할을 하고, 총선 이후에도 다음 대선 때까지 그 역할을 해줘야하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당 안팎에서 이해가 부족했던 것같고, 제가 제대로 설명드릴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해 올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친노(친노무현) 진영 개입설이 나오자 문 전 대표느  "이제 그런 얘기는 그만하자"고 말을 돌렸다. 

문 전 대표는 총선 기간 선거지원 활동에 대해서는 "후보들 공천이 확정되고 나면 저도 우리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고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 전 대표는 "오늘 오후 3시 비대위가 열릴 예정이고, 거기에 참석하셔서 비대위원들에게 말씀하시겠다고 하는데, 마지막 결정을 어떻게 하실지 저도 잘 모르겠다"며 "어쨌든 열심히 말씀드렸기 때문에, 좋은 결정을 하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 "마음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마지막 결정은 모르겠지만, 좋은 결정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길 희망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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