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22 18:58:40
기사수정 2016-03-23 09:16:52
유승민 23일‘선택의 날’
새누리당 20대 총선 공천 갈등의 정점에 선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에게 결단의 날이 밝았다. 공천관리위원회가 22일 유 의원의 공천 여부 결론을 또다시 미루며 유 의원은 탈당과 당 잔류를 선택해야 하는 데드라인(23일 자정)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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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사진에 비친 유승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거취가 주목되는 가운데 22일 대구 동구 화랑로 유 의원 사무실에 걸린 박근혜 대통령 사진에 유 의원 사진이 비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
친박(친박근혜)계의 불출마 압박에도 일주일 넘게 침묵해 온 유 의원에게 남은 선택은 두 가지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와 불출마 후 당 잔류다. 결정 시간은 23일 자정까지다. 무소속 출마를 위한 탈당계 제출 마감시간과 맞물려 있어서다. 탈당계는 늦어도 23일 밤 12시까지는 제출해야 한다.
유 의원 선택은 무소속 출마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를 위한 명분을 충분히 축적했다는 판단에서다. 유 의원은 15일부터 22일까지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칩거했다. “스스로 결단하라”는 친박계의 고사작전에 맞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을 공천에서 탈락시켜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유 의원이 강제로 공천 배제되면 정치적 탄압을 받은 순교자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그 결과 원내대표 자진사퇴에 이어 공천권까지 박탈되는 두 차례의 보복을 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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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 등을 논의했다. 이재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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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을 나서며 미소를 짓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밤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 공천 여부 문제를 논의했다. 이재문 기자 |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하면 대구의 선거 구도는 사실상 ‘유승민 대 박근혜’로 짜이게 된다. 둘 중 한 명은 치명타를 입게 되는 형국이다.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면 임기가 2년여 남은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해 공천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처가 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유 의원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 국정 지지율 40%에 육박하는 박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이긴 만큼 대망론이 확산될 공산이 크다. TK(대구·경북)의 맹주 자리도 꿰차게 된다. 지난 19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유 의원(18.7%)은 김무성 대표(19.3%)를 바짝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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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왼쪽)이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의 국내 최대 창업지원 기관인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가상현실 기기를 체험해 보고 있다. 박 대통령 오른쪽은 황창규 KT 회장. 성남=청와대사진기자단 |
유 의원이 낙선하면 정계 은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 의원을 배신자로 지목한 박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대구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된다. 유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관측이다. 불출마는 스스로 잘못했다며 포기하는 꼴이 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 1항의 가치를 강조해온 유 의원의 소신과도 배치된다. 그는 국민주권론을 통해 ‘유승민 찍어내기’에 반발해 왔다. 일각에선 유 의원이 불출마한 뒤 백의종군하며 정계 복귀를 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