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24 06:00:00
기사수정 2016-03-24 08:23:15
시민구단 중심 후원업체와 조율해 변경 큰 인기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강원FC는 지난 시즌까지 사용하던 스포츠 브랜드 험멜과 작별하고 3년 전에 사용하던 싸카와 다시 손을 잡았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지난 10일 후원 계약을 체결한 탓에 유니폼 디자인 초안도 급하게 구단으로 넘어왔다. 초안을 받아 본 구단 직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구단 전통인 주황색을 살리긴 했지만 개성이 돋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평소 유니폼 디자인에 관심이 많던 강원FC 구단 프런트 정원용 대리가 직접 팔을 걷었다.
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평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해외리그 유명 구단 유니폼에 관심이 많았다. 정 대리는 “명문 구단들은 매년 유니폼이 조금씩 바뀌어도 기본 틀은 유지한다”며 “우리도 스폰서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강원FC 유니폼만의 틀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 대리가 디자인한 유니폼을 구단 측이 싸카에 제안했고 후원사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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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강원FC의 올 시즌 유니폼은 기본 주황색에 어깨와 팔에 검정색을 넣어 갑옷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강원FC 제공 |
그가 디자인한 새 유니폼은 주황색 바탕에 어깨와 팔 부분은 검은색을 더했다. 정 대리는 “선수들이 갑옷을 입고 무장한 장군처럼 보이도록 한 디자인으로 강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에서 강원FC처럼 시·도민 구단을 중심으로 구단 프런트가 유니폼 제작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니폼 디자인은 스포츠 브랜드 디자이너의 고유한 영역이다. 축구에서 대부분의 팀은 계약한 업체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유니폼 시안이 나오면 세부적인 사항만 조율한다. 큰 틀은 브랜드에서 정하고 구단 특징적인 색이나 문양이 있으면 반영하는 식이다. 24일 레바논전에서 공개될 한국 축구대표팀 새 유니폼도 전반적인 디자인은 나이키와 계약을 맺은 브라질 등의 국가대표팀 유니폼과 비슷하지만 소매 등 세부적인 부분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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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무는 군인 팀 특색을 살려서 군복 무늬를 유니폼에 사용했다. 상주 상무 제공 |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상주 상무도 강원FC와 비슷하다. 그동안 상주는 흰색과 빨간색이 혼합된 줄무늬 유니폼을 고수했다. 군인 팀이지만 군인 색을 배제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밀리터리룩 스타일의 유니폼을 일시적으로 착용한 뒤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올 시즌에는 유니폼을 아예 교체했다. 군인 팀의 정체성을 살리자는 의도다. 상주 구단 프런트 김은별씨는 “지난해까지 유니폼 글씨체도 딱딱한 고딕체였지만 팬들의 혹평이 이어져 캘리그래피(서예처럼 그림 그리듯 쓴 글씨)로 상주 상무를 새겼다”고 말했다.
올 시즌 엄브로와 계약을 맺은 시민구단 성남FC도 업체와 성남팬으로 유명한 웹툰작가 김근석씨와 프런트, 업체 디자이너 등이 머리를 맞대 새 유니폼을 완성했다.
위 구단들의 유니폼은 축구 커뮤니티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 구단의 신선한 시도가 정체성 확립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최준서 한양대 교수(스포츠 산업학)는 “구단 정체성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확립되는 면이 강하다”며 “특히 시민구단에서 유니폼 디자인을 이렇게 바꾸는 것은 신선한 시도다. 브랜드가 1년 안에 만들어지지는 않으니 바꾼 유니폼을 확고한 의지를 갖고 밀고 나가야 매출 등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