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24 21:14:01
기사수정 2016-03-25 00:17:00
전문가들, 수사 여건 개선 주문 / 청와대 입김에 매이는 한 신뢰 못받아… 후배에 밀리면 사표 내는 관행 고쳐야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수남 검찰총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수사력 강화’를 강조했다. ‘대검 중수부 부활’ 논란을 무릅쓰고 총장 직속의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신설하고 주요 사건의 경우 부장검사가 직접 수사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임 검사들의 실무수습 기간도 종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선후가 바뀌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검찰(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수사력만 강화하기보다는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김희균 교수는 “수사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검찰총장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수사력 강화만큼 중요한 게 외풍에서 자유로운 검찰이 되는 것”이라며 “검찰이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는 한 신뢰 받는 검찰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외대 김성규 교수도 “검찰의 수사력이 문제시되는 것은 주로 정치적 의혹이 짙은 사건들”이라며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힘들고 설사 밝혀진다 하더라도 기소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김종철 교수 역시 “수사보다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검사들이 득세하고 검찰의 일상 업무가 위축되는 상황을 그대로 놔둔 채 수사력을 강화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연이나 학연 등 인사권자와의 직·간접적 인연과 상관 없이 ‘검사다운 검사’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인사시스템만 갖춰져도 수사력은 저절로 제고될 것이란 얘기다.
수사능력이 탁월하고 노련한 검사들이 검사장 승진 등에서 동기나 후배들에게 밀리면 옷을 벗고 떠나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희대 노동일 교수는 “경험이 많고 유능한 검사들이 수사능력을 발휘하고 후배들에게 전수해야 하는데 일찍 우르르 나가면서 검찰이 조로화했다”며 “노련한 검사들을 내보내지 않고 수사 일선에 중용하는 게 수사력 강화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법조팀
법조팀=이강은(팀장)·김태훈·박현준·정선형·김건호·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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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에 응해주신 분들
우리나라 검찰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한 세계일보의 심층 설문조사에 총 20명의 법학교수가 응했다. 이들은 전국 대학교의 법학전문대학원 또는 법과대학 강단에서 형사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20명 외에도 의견을 제시한 교수가 더 있으나 익명을 요구해 기사에선 제외했다. 가나다 순.
강동범(이화여대) 김상겸(동국대) 김성규(한국외대) 김인회(인하대) 김재윤(전남대) 김종철(연세대) 김현수(제주대) 김희균(서울시립대) 노동일(경희대) 성낙현(영남대) 신평(경북대) 오경식(강릉원주대) 이종수(연세대) 이창현(한국외대) 이흔재(전북대) 장영수(고려대) 조재현(동아대) 전학선(한국외대) 정한중(〃) 하태훈(고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