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정치 vs 배신의 경제… 프레임 전쟁 시작

여도 야도 분열… 초반 판세 ‘안갯속’… 본격 선거전 막 올랐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막이 올라, 여야는 27일부터 선거운동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선거의 초반 변수로는 새누리당 공천파동, 지지부진한 야권후보 단일화, 대구 무소속 연대 선전 여부 등이 꼽힌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7일 초반 판세를 분석해 새누리당은 150∼160석, 더불어민주당은 110∼120석, 국민의당은 15∼20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공천 후유증에 따른 여권 분열이 야권 분열을 상쇄하고 있어 19대 총선 의석수인 152석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본부장은 “수도권에선 서울 마포갑, 경기 분당을, 인천 남동을 등에서 여권이 분열한 상황이고 대구에선 무소속 유승민 의원과 친유계 의원들이 여당 후보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이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31일)을 앞둔 27일 경기 고양 일산호수공원 한울광장에서 유권자의 투표 참여 독려와 준법선거 운동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고양=이재문 기자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센터장은 “야권 분열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가 충분히 성사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이 160석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배 본부장은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공천 물갈이 효과로 경쟁력이 회복됐으나 충청과 영호남에선 경쟁력이 약화하거나 정체돼 더민주는 19대 의석수(127석)에 다소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더민주 성적에 대해 더 보수적인 예상을 했다. 그는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야권 분열로 19대 때보다 선거 여건이 좋지 않고 호남에선 국민의당과 의석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커 110석 정도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6일 오후 부산 영도구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마친 뒤 영도다리에 올라 웃는 표정으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여야의 총선 프레임 전쟁도 점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번번이 민생 입법의 발목을 잡았다며 ‘배신의 정치’ 프레임으로 야당 심판론을 부각하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민생 우선세력과 경제를 포기한 민생 외면세력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야당이 민생 입법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고 주장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한 “배신의 정치” 표현을 동원해 ‘야당 심판론’으로 몰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왼쪽)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27일 오후 광주시청 문화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에서 만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더민주는 ‘경제심판’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선대위 구성부터 민생 경제를 의제로 삼는 데 최적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지난 25일 “이번 총선은 국민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배신의 경제’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경제심판론’을 통해 박근혜정부에서 더욱 심화된 빈부 격차와 실업 해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를 비판하겠다는 태세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왼쪽 세 번째)가 26일 아내 김미경씨(〃두 번째)와 함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 광복빌딩에서 열린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은 ‘양당 기득권 심판론’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양당 체제를 타파해야 한국의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남상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