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31 18:31:47
기사수정 2016-03-31 21:54:10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0시 여야 대표들은 일제히 서울시내에서 지원유세를 시작했다. 이번 총선에서 49석이 걸린 서울 지역 초반 판세는 야권 분열로 여당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다시 본격화됨에 따라 새누리당이 이를 잔뜩 경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단일화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는 국민의당의 태도 변화 여부가 향후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열세지역 서부권 돌며 야에 ‘선전포고’
“앞으로 13일, 312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새누리당 과반수 의석 확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치를 굳은 결심을 하고 선거전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서울 격전지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사퇴하기로 결심했지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김 대표는 이날 평균 1시간 단위로 장소를 바꿔 총 12개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지원유세 동선은 주로 야당 현역 의원들이 지키고 있어 여당에는 열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서울 서부권의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짜였다. 19대 총선 당시 획득했던 152석을 사수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수도권의 야당 의석을 탈환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겠다는 ‘선전포고’ 성격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구로을 강요식, 양천갑 이기재, 마포갑 안대희, 마포을 김성동, 용산 황춘자, 서대문갑 이성헌, 영등포을 권영세 후보 등을 차례로 지원했다. 김 대표는 양천갑 지원유세에서 “이번 총선은 안보를 튼튼히 하는 선거, 경제를 살리는 선거,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거,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운동권 정당인 제1야당이 국민을 속이는 포퓰리즘과 달콤한 꿀이 발린 독약 공약으로 나라살림을 거덜내려 한다”며 “19대 국회 내내 사사건건 국정에 반대하고 민생을 외면하다가 선거철이 되니까 다시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용산 지원유세에서 최근 탈당해 더민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한 진영 후보를 겨냥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모르는데 더민주로 출마한 것은 용산주민, 새누리당,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며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려고 정치적 도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1일은 경기, 2일은 인천 지역 지원유세를 이어가며 수도권 공략에 열중한다는 계획이다.
◆ 전통시장 서민층 만나며 ‘경제 심판론’
더불어민주당 단독선거대책위원장인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아침을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열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에서 야권 우세 지역인 강북, 그리고 전통시장에 초점을 맞춰 서민층을 만나는 데 집중했다. 김 대표는 31일 0시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도 동대문 신평화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났다. 선거유세 메시지는 모두 ‘경제’로 통일했다.
김 대표는 예고한 일정보다 10분 빠른 오전 7시20분에 동묘역에서 하늘색 셔츠와 파란색 점퍼, 노타이 차림으로 출근길 인사를 시작했다. 자택이 종로구 구기동이어서 이 지역 유권자이기도 한 김 대표는 현장에 도착해 노년층 유권자 등과 자연스럽게 악수하며 정세균 후보 지지를 요청했다. 김 대표는 유세 첫 마디로 “지난 8년 동안 새누리당 정권이 우리 경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아실 것”이라고 ‘경제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뒤이어 열린 ‘더불어경제 중앙선거대책위 출정식’은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진행했다. 김 대표는 인사말에서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청년들의 가슴에서 사라진 꿈, 사상 최악의 가계부채로 가장들의 주머니에서 사라진 지갑, 사상 최악의 빈곤율로 노인들의 얼굴에서 사라진 웃음, 이 모든 것들을 되찾아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부산 선거 지원에 나선 자리에서 “유선전화 여론조사는 선거를 굉장히 교란하고 왜곡시킨다”며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면 유선전화 여론조사를 금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첫 일정은 벤처현장 ‘팹랩 서울’ 방문
신생정당인 국민의당과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 방문지는 벤처 현장이었다. 안 대표 표현으로 하면 “과거와 미래, 낡음과 새로움의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첫 일정이었다.
안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0시 서울 종로 세운전자상가 내 ‘팹랩(FABLAB·Fabrication Laboratory) 서울’을 방문했다. 젊은이들이 모여 창업 아이템을 만드는 이곳에서 안 대표는 능숙한 납땜 실력으로 회로기판을 만들어 보였다. 그는 “국민의당이 자리 잡게 되면 제2의 과학기술혁명, 교육혁명, 창업혁명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이번 선거는 반대만 하는 양당 구조를 그대로 둘지, 문제를 해결하는 3당 구조를 만들지 결정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귀가해 약 3시간 눈을 붙인 뒤 새벽 6시30분 지역구인 노원구 수락산역에서 출근 인사를 했다. 곧이어 서울 13개 선거구를 도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오후엔 목이 쉴 정도였지만 그는 “(지난 선거에서) 실무진들이 먼저 나가떨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운전기사들 만나 “유일한 선명 야당”
정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심상정 대표는 31일 0시 서울 수색동 은평공영차고지에서 근무를 마친 버스 운전기사들을 만나는 것으로 총선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심 대표의 지역구(경기 고양덕양갑)인 고양시 화정광장에서 총선 출정식을 열고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심 대표는 연설에서 “정의당은 정권의 독선과 폭주로부터 국민의 이익을 지켜온 유일한 선명 야당”이라며 “정의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도 “정의당은 유일한 정상 정당, 모범 정당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대 양당의 공천 갈등을 비판했다.
심 대표는 당의 유일한 지역구 현역의원인 만큼 자신의 지역에서 선거 유세를 벌였다. 김세균 공동선대위원장은 경남 지역을 찾아 부산지하철노조, 부산관광공사노조 등과 간담회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홍주형·박세준·박영준·이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