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4-03 21:44:27
기사수정 2016-04-03 21:44:27
“강군 육성에 중요한 드라마”
군 기관지까지 나서 호평, 군사굴기 야심과 맞아떨어져
지도부 해양패권 열망 담은 중국판 ‘태후’ 조만간 방영
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3일 현재 누적 조회수가 19억에 육박하고 있어 20억뷰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다.
태후의 인기몰이에는 한류 스타인 남녀 배우의 공이 컸다. 중국인들, 특히 여성들이 태후를 말할 때 남자 주인공인 송중기의 일거수일투족을 빼놓지 않는 것을 보면 중국에서 태후는 여심(女心)을 확실히 사로잡은 것 같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태후 인기가 드라마 자체 요인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코드와 맞아떨어졌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드라마와 영화는 당국의 검열과 승인 없이는 시청자나 관객과 만날 수 없다. 태후 1편 비무장지대에서 한국군과 북한군이 단검을 들고 격투하는 장면은 중국에서 상영되는 태후에서는 볼 수 없다. 수출진이 그 내용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남북한 충돌은 중국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태후는 중국군 군심(軍心)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면서 중국 군인이 세계무대에서 이미지를 전달할 기회는 많아지고 있다”며 유엔평화유지군활동과 국제구호 임무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해방군보는 또 “이런 드라마는 강군(强軍) 문화의 중요한 운반체”라고 평가했다. 태후는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중국군을 염원하는 지도부의 생각과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중국군의 글로벌 역량 강화는 시진핑(習近平) 체제 들어 해마다 강조된 부분이다. 그 결실 중 하나가 해외 군사작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창설된 ‘해외행동처’다.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적극 이행하기 위해 군과 무장경찰 부대가 해외에서 비(非)전쟁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기구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구는 중앙군사위원회 산하 연합참모부 작전국에 설립돼 해외 군사작전을 기획, 조정, 총괄하는 한편 국제평화유지활동, 선박 호위, 국제구호, 연합군사훈련 등에 참가하게 된다.
중국은 자국 드라마를 통해 대양 진출의 염원을 널리 알리려 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촬영을 마치고 조만간 상영될 열화해양(烈火海洋)은 청춘물이지만 남중국해 전역이 자국 관할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해양패권 열망을 담고 있다. 중국해군정치부드라마예술센터가 공동출품한 이 드라마에는 중국 내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벌써부터 상영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배우들의 화려한 면면은 드라마 성공의 중요한 변수다. 배우들은 중국 해군육전대(해병대) 정찰대원 역할 수행에 필요한 강도 높은 군사훈련까지 받았다고 한다. 촬영을 마친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는 남중국해에 면한 중국의 제2항모 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2013년에도 애국심을 고취하는 드라마 ‘특종병지화봉황’(特種兵之火鳳凰)이 방영됐다. 신설 여군특수부대에 자원한 명문대 출신 여성들이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정예요원화하는 과정을 그려낸 이 작품에는 정보전·과학전 수행의 열망이 투영돼 있었다. 칭화(淸華)대 등 명문대 출신 여성들이 정보·화학·심리전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아프리카 등지의 유엔평화유지군활동도 잘 부각돼 있었다.
열화해양은 현재 중국 주변의 해상 영유권 분쟁지가 역사적으로 중국 고유의 관할이었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해양패권을 강화하는 중국의 행보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어도를 비롯해서 어느 지점에서는 우리의 국익과 충돌하고 있다. 그 극단적인 형태는 전쟁일 것이다. 그 결과는 분명하다. 한국에서 발굴, 송환돼 지난 1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안장된 6·25전쟁 참전 중국군 유해가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증명한다.
4일은 청명이다. 조상의 묘를 돌보는 날이다. 피아를 떠나 60여년 전 6·25전쟁에서 산화한 이들의 명복을 빈다. 한국과 중국에서 애국심을 코드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국가 차원에서는 필요한 일이겠지만 ‘태양의 후예’ 후속편은 한·중 양국의 선남선녀들이 풀어내는 알콩달콩한 사랑을 소재로 삼았으면 좋겠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