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4-09 00:02:08
기사수정 2016-04-09 00:11:37
불법운행·심부름까지 강요
현대BNG스틸 정일선 사장
“관계된 분 찾아가 사과할 것”
현대가의 오너 3세인 정일선(사진) 현대BNG스틸 사장이 8일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논란이 일자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이날 한 언론은 정 사장이 A4용지 100여장에 달하는 운전기사용 매뉴얼을 만들어 ‘갑질’을 했다고 보도했다.
매뉴얼에는 ‘모닝콜 후 ‘가자’라는 문자가 오면 번개같이 뛰어 올라가야’, ‘출발 30분 전부터 빌라 내 현관 옆 기둥 뒤에서 대기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차량 운행 시 빨리 가자는 말씀이 있으실 경우, 위험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신호, 차선, 과속카메라, 버스 전용차로를 무시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우선’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초인종을 누르는 요령, 세탁물 초벌 빨래 요령까지 세세히 적혀 있다. 매뉴얼을 어기거나 임의 판단·허위 보고할 경우 -5점, 문단속·중요문서 전달 미흡·차량사고 시 -3점 등 벌점 기준을 정해 놓고 매긴 벌점에 따라 정신교육, 견책, 감봉 및 무급근무, 퇴직 등의 페널티 기준도 정해놨다. 보도에 따르면 수행기사 A씨는 “유턴을 하려면 200∼300m를 더 올라가야 하는데 그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항상 중앙선 넘어 불법 유턴을 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운전기사들은 충전이 끝난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 선에서 분리하지 않거나, 사장 방을 나오면서 불을 끄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경위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문제가 불거지자 사과문을 통해 “저의 운전기사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관계된 분들을 찾아 뵙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현대BNG스틸은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업체로,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생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