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갖고…", 파나마 대통령 볼멘 항변

"파나마를 비난 말라. 조세회피는 글로벌 과제"
대국민 성명 발표 후 NYT에 직접 기고문 보내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 회피 스캔들인 '파나마 페이퍼스' 여파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퇴했고, 몰타 총리도 사퇴가 임박했으며,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까지 탈세 의혹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파나마일 수도 있다. 졸지에 '조세 회피처'로 낙인찍힌 파나마는 EU 등 국제 사회로부터 금융 투명성이 취약하다는 비판과 함께 돈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 공조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파나마와 탈세 방지를 위한 양자 협약을 체결하고 탈세방지 비협조국 명단에서 제외했던 프랑스는 이번 사태 이후 파나마를 다시 이 명단에 올려놨다.

파나마는 어쩔 수 없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와 금융 투명성 강화 조치들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대통령은 지난주 TV로 생방송 된 특별 연설에서 "어떤 정부의 수사 요청에도 협력하겠다"며 "또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된 금융감독위원회를 구성해 금융 시스템 강화를 위한 조처들을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파나마 정부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기반으로 국가가 시작되고 운영돼온 파나마는 오래전부터 지구촌 모든 나라 사람들이 거쳐 가는 통로였고 이로 인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업도 발달했다. 국가 산업구조의 약 9%를 금융업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파문으로 조세회피국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금융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바렐라 대통령은 11일 자 뉴욕타임스에 특별 기고문을 보냈다. 그는 '파나마를 비난하지 마라. 조세회피는 글로벌 과제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파나마에 근거를 둔 한 로펌으로부터 나온 문서들 때문에 '파나마 페이퍼스'로 불리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많은 나라가 곤혹스러워하는 그 이슈(조세회피)로 인해 파나마만 비난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정부 아래에서 파나마가 돈세탁의 타깃이 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금융개혁을 통해 국제 사회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의 투명성 조치들을 이행하고 있으며 국제기구들도 파나마의 '상당한 진전'을 인정해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 지난 2013년 이후 조세정의네트워크(영국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가 발표한 금융 투명성 지수에서 파나마는 꾸준한 투명성 향상을 보여왔다"면서 "지금은 일본, 독일, 미국보다 투명성 면에서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NBC 방송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돈세탁을 하려면) 파나마에 갈 필요가 없다.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델라웨어와 네바다, 와이오밍, 사우스다코타 주에 가면 아무런 규제 없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미국인들이 없는 것이 미국인의 도덕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렐라 대통령은 "수십 년의 독재 후에 파나마는 법치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 민주화를 이뤄 나가고 있으며 100여 개 다국적 기업들의 지역 본부가 존재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투명성과 책임, 권력 분산의 원칙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현 사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우리의 의지와 잠재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