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선전· 호남 완패… 환호·탄식 엇갈린 더민주

‘반쪽짜리 승리’에 씁쓸 ‘수도권 약진과 호남 완패’로 요약되는 20대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등 더민주 지도부는 13일 20대 총선 개표가 진행되면서 최대 120석을 얻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자 크게 환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자신들의 텃밭이었던 호남에서 국민의당에게 거의 전패하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이내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확실하게 웃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는 ‘반쪽짜리 승리’인 셈이다.

당선자 스티커 붙이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당선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
더민주는 당초 100석 획득도 위태로운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외의 선전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에는 서울·경기 지역에서의 선전이 자리 잡고 있다. 더민주는 13일 밤 12시 현재 서울 49개 지역구 중 34석에서 앞서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13석, 국민의당은 2석을 차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이 서울에서 획득한 의석(30석)을 4석이나 뛰어넘은 성적이다.

더민주는 경기 지역(60개 지역구)에서도 39곳에서 당선이 유력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누리당은 20곳에서만 확실한 우위를 점했을 뿐이다. 나머지 1곳은 정의당이 차지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격전지인 수도권에서 더민주의 완승이 거의 굳어지는 분위기다.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더민주 선거 상황실에선 개표 초반 TV 모니터에 수도권 후보들의 선전이 표시될 때마다 당직자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김 대표를 비롯해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최운열 국민경제상황실장 등 당 지도부도 밝은 표정으로 수도권 개표 과정을 지켜봤다. 수도권 외에도 대구의 김부겸 후보와 경남 김해의 김경수 후보가 여당의 텃밭인 대구와 경남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을 때도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당의 ‘녹색돌풍’이 현실로 확인되자 상황실이 술렁였다. 개표가 진행되며 광주·전남 18개 선거구(광주 8개, 전남 10개) 중 국민의당 후보가 16개 선거구에서 앞선 반면 더민주는 담양·함평·영광·장성 단 1곳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나자 지도부의 표정도 굳어졌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전날 지원유세를 펼쳤던 순천에서조차 더민주 노관규 후보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뒤지자 탄식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전북 8곳 중에서도 2곳에서만 앞서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운데)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주위의 축하를 받자 답례 인사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더민주를 떠받쳐 왔던 수도권과 호남이라는 두 지지축 가운데 한 축이 무너진 것은 상당한 충격으로 남을 전망이다. 향후 20대 국회 운영 과정은 물론 차기 대선 정국에서 새로운 호남 맹주인 국민의당과 적지 않은 갈등도 점쳐진다.

또한 문 전 대표의 거취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야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선거 막판 호남 지역을 방문해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계은퇴와 대권 불출마를 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이번 성적표대로라면 문 전 대표는 약속대로 스스로 정치생명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수도권의 선전을 내세워 유야무야 넘어가기에는 호남에서의 완패의 충격이 너무 크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