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4-19 19:14:09
기사수정 2016-04-20 00:57:43
성장률 ‘날개없는 추락’… 한국경제 저성장 경고음 더 커졌다 / 한은, 경제성장률 2.8%로 다시 하향 조정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2%대 전망에 합류했다. 한은은 2016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4월 3.4%로 전망한 후 7월 3.3%, 10월 3.2%, 2016년 1월 3.0%에 이어 이번에 2.8%로 4차례에 걸쳐 0.6%포인트 내렸다. 2017년 성장률은 지난 1월 예상한 3.2%에서 3.0%로 내렸지만 앞으로 수정전망을 통해 재차 하향조정하다가 결국 2%대로 낮추는 과정을 답습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어려워진 만큼 금리인하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재정정책, 구조개혁 없이 통화정책에만 기대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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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짙어지는 저성장의 그림자
한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세계경제 성장 둔화로 올해도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설비투자 등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출은 지난 3월 8.2% 하락하면서 두자릿수 마이너스 행진을 멈췄으나 올해도 부진을 면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수출의 성장기여도를 지난 1월 예상했던 0.3%에서 0.1%로 내렸다.
수출 부진과 대외 경기여건 불확실성으로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도 당초 3.8%에서 0.9%로 대폭 떨어졌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경기 불확실성과 수출 부진, 재고 증가 등으로 1월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2월에 발표된 기업들의 설비투자계획도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철강, 화학, 조선업종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의 설비투자와 주거용을 중심으로 한 건설투자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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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통화정책 쓸 타이밍 아니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렸지만,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연 1.5%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성근 위원 혼자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0.25%포인트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현재의 금리 수준은 경기회복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완화적이며 정책 여력을 아껴두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대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통화정책의 효과는 제약되기 때문에 금리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인하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화와 재정정책, 구조조정이 같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선 전 말을 아꼈던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선진국들이 했던 것과 달리 구조조정을 위해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산업은행에 직접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요구인데, 분명히 우리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산은이 금융시장을 통해 재원 조달하는 게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법 개정 등을 통해 한은의 정책수단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은은 금리나 통화량 조절, 대출 정책 등 여러 수단을 갖고 있어 (법 개정 등) 별도의 수단을 떠나서 현재 수단으로도 적합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