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4-24 18:25:13
기사수정 2016-04-24 22:50:29
[저성장 한국경제 긴급 진단] 전문가 27명 심층 설문
한국경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됐다. 또 저성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단행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실직 사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4일 세계일보가 경제 전문가 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전화 인터뷰 한 결과 ‘한국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추세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24명(89%)이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아직은 고착화까지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응답은 3명(11%)에 불과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에 발목이 잡혀 있어서다. 세계경제도 침체하니까 수출이 감소하고 산업 전체가 위축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그 결과 저성장이 고착화됐다”고 분석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작년과 올해 2%대의 성장률,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기관들의 내년도 예측치가 2%대임을 감안하면 이제는 저성장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의견을 묻는 질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응답은 14명(52%),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취지의 응답이 11명(41%)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이 93%에 달했다. 나머지 2명(7%)마저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특권층의 구조개혁이나 정부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 모두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우리 경제나 기업 모두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틀을 바꾸고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구체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내용은 기업에 맡기되 정부는 이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한 추경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대량 실업은 추경요건에 해당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응답은 17명(63%)에 달했다. 추경 편성에 부정적이라는 취지의 답변은 8명(30%)이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기존 추경이 ‘경기부양용 땜질식’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에 기반해 반대하는 것으로, 추경 용도가 명확하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이나 성장 잠재력 제고 등 구체적 목표를 위한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을 따로 할 게 아니라 구조조정과 같이 연계해야 한다”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대규모 실업자가 생긴다. 이들 실업자를 위한 조건으로 추경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경제부 종합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