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4-26 21:57:42
기사수정 2016-04-26 21:57:42
전투기의 공중 전투력은 1차적으로 탑재 레이더 능력에 달려 있다. 작년 하반기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에서 전투기 눈 역할을 하는 AESA(능동전자주사배열) 레이더의 국내 개발 가능 여부를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런데 얼마전 AESA 레이더의 국내 시제품 개발을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가 선정됐다고 하니 이제 본격적인 개발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 같다.
하나의 큰 원판형 안테나를 기계적으로 회전하면서 표적을 순차적으로 탐지하는 기존 전투기 레이더 방식과 달리 AESA 레이더는 수백 개의 작은 배열 안테나를 전자적으로 고속 조향함으로써 다양한 빔 운용 모드로 다수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 추적할 수 있는 월등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항공선진국에서는 80년대부터 AESA 레이더 연구에 착수해 이미 개발을 완료했고, F-35와 같은 스텔스 전투기에 장착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F-16과 같은 4세대 전투기들도 AESA 레이더로 교체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상 및 함정용 AESA 레이더 개발을 시작해 2006년부터 항공기용 레이더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내 AESA 레이더 기술은 이미 지상용 및 함정용으로는 개발 완료된 상태이므로 이를 어떻게 전투기 탑재용으로 소형화 및 경량화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전투기용 레이더 소프트웨어가 개발 성공의 핵심이랄 수 있다. 왜냐하면 전투기의 급격한 기동으로 인한 자세 변화에 관계없이 AESA 레이더는 표적을 기민하게 탐지하고 추적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고, 특히 공중에서 지상을 바라보는 공대지 탐색의 경우 주변 지형지물과 목표물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표적 식별 신호처리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닻을 올렸고, 전투기의 눈인 AESA 레이더 개발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방위사업청에도 전담기구가 갖추어졌고, 국방과학연구소에서도 올 2월 AESA 레이더 개발을 전담할 체계사업단이 신설돼 우수한 레이더 연구 인력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 한다. 이에 군과 정부도 레이더 비행시험에 필요한 항공기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AESA 레이더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사실 전투기용 AESA 레이더 기술은 최첨단 기술이라 처음부터 국내에서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는 난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개발 위험을 낮추고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필요 시에는 부분적으로 해외업체와의 기술협력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래도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드시 개발에 성공할 것을 기대한다. 우리나라가 한국형 전투기용 AESA 레이더 국내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11번째 개발 국가가 된다. 본 사업의 성공은 국민적 열망이며,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 높이고 한국형전투기의 국산화에 기여함으로써 항공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곽영길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전자정보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