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4-29 20:13:19
기사수정 2016-04-29 20:13:19
질문으로 가득한 책
답을 구하기보다
스스로 고민하며
깨달음·위로로 다가와
어른에게도
삶을 바라보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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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슈타인 가아더 글/아큰 뒤자큰 그림/김영진 옮김/1만1000원 |
질문상자/요슈타인 가아더 글/아큰 뒤자큰 그림/김영진 옮김/1만1000원
별이 총총한 밤, 아이가 집을 나섰다. 별이 아이를 따라 흐르고, 강아지는 걱정스러운 듯 지켜보고 섰다. 아이는 큰 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숲에 도착해 이리저리 살펴보다 묻어두었던 나무상자를 꺼낸다. 노트 한 권과 열쇠, 사진 여러 장, 그리고 동물 모양의 인형이 들어 있다.
아이의 여정을 그린 그림을 따라 질문이 이어진다.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아무도 모르는 별이나 행성을 정말로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잃는 것이 가장 두렵지?”, “아주 오래전에 일어난 일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다. 그는 철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인간의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왜?’입니다. 어린이들이 ‘왜’라는 단어를 쓰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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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답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질문을 던지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 혼자 집을 떠나는 아이의 모습에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구하는 과정의 은유로 읽힌다. 시공주니어 제공 |
책에는 질문만 가득하다. 하나하나가 대답하기 녹록지 않다. “삶에서 가장 좋은 것 그리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하지만 질문은 명확한 대답을 얻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에 있다.
책에서 질문은 그림과 만나 의미가 확장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림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질문은 그림과 결합하며 묻는 것 자체를 넘어 위로의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그림을 나란히 놓은 책이 전달하려는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어른보다 훨씬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아이들이 더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른들이 차분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살아온 인생에 따라 각자의 대답을 할 수도 있겠다.
“무엇을 해야 할까?”
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다. 연필을 쥔 두 손이 빈 노트에 뭔가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때 노트에 적을 내용이 많아지지 않을까.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