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5-03 21:29:25
기사수정 2016-05-03 21:29:24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 법문집 출간
“우리가 사는 게 뭡니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는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
삶의 보람은 무엇이며 나의 사명은 무엇인가, 이걸 확실히 알고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이지요.”
수덕사 방장 설정(사진) 스님의 자문자답이다. 작은 울림들이 다가온다. 설정 스님의 법문을 담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최근 출간됐다. 불교 전문 박원자 작가가 글을 썼다.
스님은 열네 살이던 1954년, 부친의 생신불공을 위해 수덕사에 들렀다가 그대로 출가했다. 지금까지 한순간도 출가의 길을 후회하지 않았다고 했다. 설정은 주로 수덕사와 정혜사에서 도를 닦았다. 전강 스님, 송담 스님, 탄성 스님 등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사들과 교류했다. 정신적 스승 금봉 스님도 만났다. 하도 염불 소리가 좋아 금봉 스님께 “저 아이가 과거에도 중이었구나” 하는 소리까지 들었다. 생전의 법정 스님도 ‘설정 스님의 축원이 최고의 축원이다’고 했다. 40대 초반 수덕사 주지 시절 녹음한 설정의 새벽 도량석은 지금까지도 ‘금세기 최고의 도량석’으로 스님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1977년 서울대 재학 중 벽초 스님(수덕사 2대 방장)의 명으로 수덕사에 돌아왔으나 절은 풍비박산의 상황에 내몰려 있었다. 사기꾼들이 몰려와 문중의 땅은 다 팔려 나갔고, 일주문 앞에까지 가게들이 들어와 있었다. 재판 열 개를 다 이겨 원금을 주고 팔린 땅을 되찾자, 독일 병정보다 더 독한 ‘중’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췌장암으로 인해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였다. 죽기를 각오하고 기도에 집중해 살아났다. 이 경험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집착을 끊어낼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죽음이라는 위기 앞에서 수행자 본연의 삶을 선택했고 마침내 암을 이겨낼 수 있었다.
설정은 젊은이들에게 무전여행을, 나이 들어가는 이들에게 철저한 자기관리를 권한다.
“생을 놓아 버리려고 생각한 놈이 배가 고픈 거예요. 두 달 동안 목포에서 해남까지 이 부락 저 부락으로 다니면서 나락을 줍는 일도 거들어 주고 밥을 얻어먹었어요. (…) 밥이며 잠자리를 내 손으로 해결하는 절박하고 극한 상황에 나를 몰아넣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너무 나약했고 덜 치열했고 덜 하심했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어렸을 때 절에 와서 관념적으로 부처님 법을 믿고 있었다는 자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죠.”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