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5-10 20:43:59
기사수정 2016-05-10 20:43:59
경작·벌목·건설사업 등 생존 위협
“기후변화 악영향 파악 30년 필요”
지구에 서식하는 식물 5종 중 1종이 기후변화와 개발 등의 영향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왕립식물원 큐 가든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식물 현황 2016’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39만900여종의 식물이 존재하고 이 중 5000종 이상이 멸종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속 식물과 이끼류 등을 제외한 식물만 추린 수치다. 앞서 학계에서는 지구에 10만∼60만종의 식물이 사는 것으로 추정했다.
농경에 의한 서식지 파괴(31%)와 벌목과 같은 자원 활용(21%), 건설 사업(13%) 등이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놓인 식물은 3.7%로 비교적 적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식물에 미치는 악영향을 파악하려면 30여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에티오피아 커피 농가의 경우 현재 기후변화로 일부 지역에서 커피 콩이 자라지 않거나 병충해를 입는 피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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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칠레 칠로에 섬 해안가에서 한 어부가 조개를 줍고 있다. 칠로에=AFP·AP연합뉴스 |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곡물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외래 작물을 옮겨심는 행위도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보고서는 바나나·수수·가지 등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진 작물은 병충해를 이겨내거나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죽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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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 윈우드에서 발생한 토네이도가 주택가에 접근하고 있다. 이날 토네이도로 주택 수십채가 파괴되고 2명이 사망했다. 윈우드=AFP·AP연합뉴스 |
외래 작물이 토착 생태계를 파괴해 입는 피해도 크다. 보고서는 “외래 작물이 영국 경제에 끼치는 손해가 한 해 17억파운드(2조8710억원)에 이른다”며 “19세기 중반 관상용으로 들여온 일본 마디풀을 통제하는 데 영국 정부는 매년 1억6599만파운드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큐 가든에서 파악한 식물 가운데 36만9400종이 꽃을 피우며 특정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3만1128종이었다. 의학적 목적에 사용되는 식물이 1만7810종으로 가장 많았고 사람이 음식으로 섭취하는 식물은 5538종이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