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에서 빠진 한은 포함하면 국가부채 1100조 육박

작년 정부부채 590조에서 5월 현재 613조 '급증'

한은 부채 477조…이자 늘면 통화정책 운용 부담

그래픽=세계일보 DB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 한국경제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부채도 공식집계에서 제외하고 있는 한국은행 부채를 합할 경우 1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국가채무는 전년보다 10.7% 급증한 59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로 국민 1인당 1166만원 꼴로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앙은행이 진 빚은 누락됐다. 한은의 지난해말 기준 부채 약 477조원을 더하면 전체 국가부채는 약 1067조5000억원으로 1100조원에 육박한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574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정부부채가 556조500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불과 석 달 사이에 3.3%, 액수로는 18조4000억원이나 불어났다.

지방정부 채무는 지방정부 결산 이후 오는 7월경 확정될 예정이다. 지방정부 채무 잠정치는 지난해말 기준 34조원.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를 합산한 국가채무는 지난 3월말 608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하는 국가채무시계를 봐도 이날 오후 3시30분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612조9251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590조5000억원이던 국가부채가 올해 3월 608조9000억원에서 또다시 613조원까지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1166만원 꼴로 지고 있는 국가부채는 121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앙은행 부채는 빠져있다.

지난달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한 ‘2015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한국은행의 부채 규모는 476조9516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1조7717억원 증가했다.

5월 현재 정부부채 612조9251억원에 지난해말 기준 한은 부채(476조9516억원)를 합치면 국가부채는 1089조8767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에 이어 내년에는 국가부채도 1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사진=한국은행, 기획재정부
한은의 빚이 국가부채 통계에서 제외되는 이유는 한은이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은의 부채가 공공부문 부채에서 빠져 있지만, 지난 2014년 2월 기획재정부가 새로 편제한 공공부문 부채 산정 때 통화안정증권 배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난 만큼 해석에 따라서는 공공부채로 볼 수 있는 성격을 띠고 있다.

통화안정증권이란 한국은행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금융기관 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증권을 말한다. 지난 한해 통화안정증권 발행으로 인한 부채 증가폭은 2조8524억원이다. 한은의 연간 부채증가액 1조7717억원을 1조원 이상 뛰어넘는 금액이다.

한은의 대차대조표에 나타난 부채를 항목별로 보면 △화폐 발행(86조7571억원) △통화안정증권 발행(184조3673억원) 및 예금(126조2330억원) △통화안정계정(10조원) △기타 등으로 구성된다. 통화안정과 관련된 항목이 전체 부채의 거의 절반에 가깝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과 관련해 “중앙은행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이 같은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유럽 국가는 중앙은행도 공공기관으로 분류한다”며 “중앙은행 부채가 커지면 통화 긴축에 들어가야 할 시기에 통안증권의 이자 지급 등으로 정책 운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 기준금리가 연(年) 1.50%인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의 부채 476조9516억원에 대한 1년 이자는 7조1543억원 정도다. 한은의 부채가 증가해 이자부담이 커지면 정책 운용에 부담이 될 뿐아니라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할 경우 그것을 결국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것은 국가채무와 마찬가지다.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한국에서도 기준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이자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어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는 까닭에 한은 부채도 적정수준에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