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5-12 19:26:05
기사수정 2016-05-12 19:26:11
“한글 전용은 위헌” vs “대부분 한자 몰라”
“한글을 우리 고유문자로 정한 건 위헌이다.”(청구인 측 대리인)
“배우고 익히기 쉬운 한글을 써야 기초교육을 충실히 할 수 있기 때문에 합헌이다.”(정부 측 대리인)
12일 헌법재판소에서 한글을 우리 고유문자로 정한 ‘국어기본법’을 놓고 공개변론이 열렸다. 일부 학부모와 대학교수, 한자·한문 강사 등 333명이 2012년 국어기본법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데 따른 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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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국어기본법'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소원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청구인들은 당시 “한글을 우리의 고유문자로 정하고 공문서 한글 사용원칙 등을 규정한 국어기본법 조항들이 어문생활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 대리인은 “공문서 한글전용 표기원칙은 한자로 자신의 모국어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선택권을 박탈한 것”이라며 “국가는 초·중등학교 국어교과에서 적정 수준의 한자 혼용 교과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심재기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역시 “한자는 국어 어휘의 핵심 요소로 한글과 한자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라고 거들었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공문서에 한자로만 표현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한자를 읽을 수 없는 국민의 알권리와 의사소통을 할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청구인들은 한글 사용 문화가 발전하면 반사적으로 한자 사용 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를 표명한 데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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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국어기본법'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소원 공개변론이 열리기에 앞서 국어기본법에 찬성과 반대하는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정부 측 참고인인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도 “일상생활에서 한자 혼용을 하면 글자생활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공공의 글쓰기에서는 한자 해독을 못하는 다수 사람을 위해 한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정부 측 참고인인 이건범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한글세대인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문장해독 능력은 늘 세계 1·2위”라며 “한자지식과 문장해독 능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공개변론에서 제출된 의견을 검토해 국어기본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