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역사·정신 부정” vs “체제 수호 위한 차원”

진보·보수단체 엇갈린 반응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방침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반응은 이념 성향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진보진영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이 반영된 것이라며 보훈처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16일 논평을 통해 “5·18 광주민주항쟁의 역사와 정신을 부정하고 싶은 박근혜 정권의 속심을 드러낸 반역사적 결정”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심판한 지난 총선 민의를 반영해 야당과 협치와 소통을 하겠다며 제창을 검토한다고 해놓고 도로 원점으로 돌려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도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기념곡 지정을 거부한 주된 이유는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는 것인데, 국가보훈처가 국론 분열의 중심에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유치원생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열사 묘역에 직접 만든 꽃을 바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보수 성향 단체들은 보훈처의 결정을 환영했다.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라며 “반체제 성향의 노래를 기념곡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정하려면 지은 사람들의 반체제 성향 논란 해소와 함께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5·18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정부 주관 5·18기념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방침을 바꿔 올해도 불참키로 하는 등 보훈처 결정에 반발했다. 김영정 5·18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공식 기념곡 지정 거부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는 올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족회와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18 3단체는 기념식에 참석해 제창하는 방식으로 정부에 강력 항의하기로 했다.

박진영 기자, 광주=한현묵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