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5-20 20:11:44
기사수정 2016-05-20 21:39:03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포도농장. 농장주 짐은 최고의 와인을 빚겠다는 일념으로 파산 직전의 농장을 고집스럽게 끌고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에서 온 한 남자의 권고로 아들이 와인 경합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파리로 떠난다. 하지만 온 정성을 기울여 양조한 화이트 와인은 갈색으로 변해버리고 절망한 짐은 양조장 문을 닫는다. 절벽 끝에 선 순간, 자신의 와인이 프랑스 유명 와인을 모두 제치고 1등을 했다는 소식이 날아온다.’
2008년 개봉 영화 ‘와인 미라클(원작명 Bottle Shock)’의 줄거리입니다. 정말 영화 같지만 실화입니다. 바로 1976년 5월 24일 열린 ‘파리의 심판’(사진)으로 와인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랍니다. 파리의 와인 바이어 스티븐 스퍼리어와 퍼트리샤 갤러거는 독립 200주년을 맞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프랑스 와인과 경합하는 이벤트를 벌입니다. 당시 캘리포니아 와인은 싸구려 와인으로 취급받던 때입니다. 더구나 프랑스 와인은 최상급이었기에 심사 결과는 뻔해 보였습니다. 프랑스 최고 와인 전문가 9명이 블라인드로 심사했는데 결과는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화이트 1위는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 1973, 레드 1위는 스택스립 SLV 카베르네 소비뇽 1973으로 모두 미국 와인이 차지합니다. 특히 화이트 1, 3, 4위를 캘리포니아 와인이 휩쓸어 심사위원들은 경악합니다. 스택스립도 그랑크뤼 1등급 샤토 무통 로칠드와 샤토 오브리옹 등을 물리쳤기에 충격은 더욱 컸지요. 이 결과는 타임(TIME)지에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라는 제목으로 실리고 캘리포니아 와인은 단숨에 유명해집니다. 프랑스 와인업계는 충격적인 패배를 인정할 수 없어서 10주년인 1986년과 30주년인 2006년 같은 와인으로 재대결을 벌였지만 역시 미국의 승리로 돌아갑니다.
샤토 몬텔레나는 24일 파리의 심판 40주년을 맞아 와인을 무료로 제공하는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한다는군요. 나파밸리 와인을 전 세계의 중심에 서게 한 파리의 심판에 감사하는 일종의 오마주인 셈이지요.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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