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목에 건 사원증을 조심스레 만졌다. 흰 셔츠를 휘감은 줄이 멋있다. 플라스틱 케이스 안의 내가 웃는다. 대학 졸업 후, 이력서를 넣으며 찍었던 증명사진이 자리를 찾은 것 같다.
신기했다. 출입문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되도록 사원증 줄이 늘어났다. 어디까지 길어지나 봤더니 오른팔을 쭉 뻗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 살며시 놓으니 ‘탁’ 소리가 나며 사진이 가슴에 부딪혔다. 다시 해봐도 똑같았다.
서울 구로구의 한 IT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A(29)씨는 출근 첫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의 사원증을 걸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걸을 때마다 달랑거리면서 전후좌우 흔들리는 게 재밌게 느껴졌다. 사원증 속 내가 “오늘 느낌 괜찮아?”라는 말까지 거는 것 같았다.
그런데 변했다. 봄날 목에 걸었던 사원증은 여름날 더위에 조금씩 자리를 벗어났다. 출근할 때 ‘삑’ 찍고, 가방에 넣기 바빴다.
강남의 같은 직종 회사로 이직한 A씨는 “그때는 사원증을 걸고 집에 간 적도 있었다”며 “‘애사심이 이렇게 깊은 사람은 처음 본다’는 농담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원증을 걸고 지내는 시간이 짧아지더니 이제는 가방 혹은 사무실 컴퓨터 옆에 놓여있을 뿐”이라고 웃었다.
대학시절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B(33)씨는 “점심시간 밀려드는 넥타이 부대를 볼 때마다 그들 목에 걸렸던 사원증에 눈이 갔다”며 “사회생활을 굳게 버텨나가는 전사 같은 느낌을 줬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현재 강남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입사 초기 소중히 여겼던 사원증을 목에 걸고 지내는 시간이 점점 줄었다는 사실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사원증 속 자기를 지금과 비교하면 너무 달라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에 물들면서 당찼던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말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원증을 가리켜 ‘개목걸이’라고 부르는 웃지 못할 게시물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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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환천의 문학살롱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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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사원증입니다. 해맑게 웃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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