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없는 세계' 외치는 일본, '핵무기 금지'는 반대

핵안보정책 이중플레이 일본의 핵 안보 정책은 이중적이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핵 없는 세계’ 논의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핵무기 금지에는 반대한다.

이달 초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실무그룹의 핵군축 회의에서 일본은 멕시코 등 비핵보유국 그룹이 요구한 핵무기 전면 금지에 반대했다. 대신 일본은 핵보유국과의 대화와 안전보장의 측면을 중시하면서 단계적인 핵 폐기를 목표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과 중국의 ‘현실적인 핵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 우산’에 의존해야 하는 일본의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환영하는 것도 미국의 ‘핵 우산’은 유지된다는 믿음 때문에 가능하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G7 정상들 폐막 기념촬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 아홉 번째)을 비롯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 정상들이 27일 일본 미에현 시마관광호텔에 설치된 연단에 올라 폐막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마=AFP연합뉴스
정권에 따라 핵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일본 총리는 ‘핵을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발표해 197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8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위령식에서 ‘비핵 3원칙’을 생략해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각의(국무회의) 답변서를 통해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헌법상 금지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일본은 47.8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이 정도 분량의 플루토늄은 핵무기 6000기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일본은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하면서 예외적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합법적으로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생산할 권리를 확보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