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국면, 13대 국회가 롤모델”

노태우정권, 야당과 타협·협력 성과“법안 통과 가장 원활… 정치 활성화 시기” 여소야대로 짜여진 20대 국회 출범을 맞아, 여소야대였지만 적지 않은 성과를 낸 13대 국회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에서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 민주정의당이 125석을 얻으며 참패하고, 야권인 평화민주당이 70석, 통일민주당 59석, 신민주공화당이 35석 등 174석을 차지하며 여소야대 국회가 열렸다. 
제20대 국회 업무개시일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활짝 핀 장미꽃 뒤로 국회개원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제원기자

야권이 공조 체제를 구축하며 야당 협조 없이는 여당이 아무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13대 국회는 청문회 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제5공화국과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리는 굵직한 성과를 냈다. 국정감사제도 및 지방자치제 등 지금 우리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제도들도 13대 국회에서 도입되거나 부활했다.

입법 실적도 뛰어났다는 평가다. 13대 국회 임기 중에 처리된 법안이 모두 938건으로, 12대 국회(378건)의 3배에 가까웠다. 당시 여야 지도부가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정치력을 발휘해 ‘협상의 묘’를 살려 나갔기 때문이란 평가다.

노 전 대통령은 ‘물태우’란 비판을 들어가면서도 야당과의 타협과 협력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을 풀어가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된다. 총선이 끝난 지 한 달 만에 야3당 총재를 청와대로 초청해 협조를 당부했고, 1989년 12월에는 노 전 대통령과 야3당 총재가 영수회담을 갖고 5공 청산과 지방자치제도 도입 등에 합의하는 대타협을 이뤄내기도 했다.

13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당시 개원식에서 “4당 병립의 판도야말로 한국정치사에서 대화와 타협 정치의 확고한 전통을 세우게 된 황금분할”이라며 “정권이 독선·아집을 버리지 않을 수 없고, 대화·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29일 통화에서 “13, 14대 국회가 법안 통과도 가장 원활했고 정치가 활성화된 시기”라고 평가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