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한 번 안잡고 그린 공략… 쭈타누깐 파죽의 3연승

LPGA 볼빅 챔피언십 15언더 태국의 장타자 에리야 쭈타누깐(21)이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특유의 장타력에다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 게임과 퍼팅 능력까지 장착했다. 게다가 지난 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첫 우승한 이후 자신감마저 붙어 멘털까지 강해졌다. 불과 한 달 전과는 천양지차다.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분루를 삼켜야 했던 쭈타누깐이 파죽의 3연승을 거뒀다. 쭈타누깐은 30일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트래비스 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6709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약 14억9000만원) 최종 4라운드에서 한층 안정된 그린 플레이 능력과 절정의 퍼팅(26개)을 선보였다. 그는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뽑아내며 67타를 쳐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했다. 2위인 크리스티나 김(미국)을 무려 5타차로 따돌리는 낙승이다. 그는 최근 3개 대회에서 모두 14∼15언더파의 안정된 기량을 떨쳤다.

LPGA 투어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이 나온 것은 2013년 박인비(28·KB금융그룹) 이후 두 시즌 만이다. 얼굴에는 과거처럼 초조함 대신 미소가 넘쳐 난다. 5월에 열린 대회를 모두 휩쓴 지금 같은 기세라면 가히 ‘언터처블’ 수준이다. 올 시즌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가 16위(266.98야드)에 올라 있지만 우드 3번이나 아이언 2번으로 티샷을 하기 때문에 쭈타누깐의 드라이버 샷 기록은 별 의미가 없다. 특히 비거리와 직결되는 쭈타누깐의 스윙 스피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의 평균(112마일)에 뒤지지 않는다. 무려 110마일이 나온다. LPGA에서 최정상급이다.

쭈타누깐은 이번 대회 4라운드 내내 캐디백에 드라이버를 아예 뺐다. 그 대신 3번 우드와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면서도 26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비거리를 앞세워 우승을 거머쥐었다. 전장이 길고 딱딱한 그린으로 다른 상위권 선수들이 고전했지만 쭈타누깐은 짧은 아이언으로 그린을 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쭈타누깐은 특히 3타차의 선두를 달리던 14번홀(파5·462야드)에서 3번 우드로 티샷을 한 뒤 204야드를 남기고 아이언 4번으로 투온을 노렸다. 공은 그린 왼쪽 러프에 떨어졌지만 세 번째 샷을 홀 1.2m 지점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낚을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고비마다 자신을 짓누르던 울렁증까지 극복한 쭈타누깐은 시즌 상금에서도 88만2820달러를 벌어들여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이달 초 32위에 불과하던 세계랭킹도 10위로 수직 상승해 8월 리우올림픽 메달 경쟁에서 태극낭자들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쭈타누깐은 “다들 그렇겠지만 내 목표도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LPGA 2년차인 김효주(21·롯데)가 공동 6위(281타)에 올라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톱10’에 들었고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공동 11위(283타), 리디아 고가 공동 16위(284타)에 랭크됐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