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리포트] 여고 때 나홀로 인도여행… '삶의 자양분' 얻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라 / 고2 때 무작정 배낭메고 떠나 / 지저분하고 낯선 환경서 모든 것 스스로 해결
2007년 여름 고2때였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인도여행을 떠난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어떤 나라인지 전혀 지식도 없이, 심지어 그렇게까지 더울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덕에 새카맣게 타서 돌아왔던 10년 전 여행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요즘은 고등학생 때 혼자 배낭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고2년생이 ‘꿈’에 대한 고민을 안고 방황을 여행으로 풀었던 일은 내 인생에 있어서 100번을 곱씹어도 좋은 경험이었다. 동갑내기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 혹은 자신의 꿈을 일찌감치 이뤄낸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저들처럼 ‘꿈'이란 것을 남들보다 빨리 찾아서 노력하면 빨리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에 비해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지는 나를 ‘인도'라는 나라에 보내버렸다. 요가·명상·불상 같은 인도와 관련된 단어를 들으면 누구나 인도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듯 그곳엔 ‘꿈'이 있을 것만 같은 막연한 생각을 하고 20여 일간 인도여행을 했다.

인도의 첫인상은 덥고, 지저분했다. 특유의 냄새에 번잡스러우며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나쁘다는 뉴델리에 도착했을 때는 후회가 밀려왔다. 타고 온 비행기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잘 지내기 위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인도인들 특유의 느긋한 성격 때문에 주문한 식사가 40분 뒤에 나와도 그들을 이해하게 돼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 

치안상태가 좋지 않은 덕에 언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드니까 매 끼니가 무엇이든 맛있고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 중반부까지 아무것도 얻어 가는 게 없다며 낙담하고 있던 차에 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에서 배를 타게 되었다. 중간에 비바람이 몰아쳐 돌아와야 했던 상황 속에서도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넘기는 여유가 스스로 생겼음을 깨달았다. 학교 다닐 때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졌던 내가 인도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다 보니 앞으로 인생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무엇을 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큰 자신감을 얻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도라는 곳에 ‘꿈'이 어떤 형태처럼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깨달은 여행은 아니었지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그 꿈이 무엇이든, 언제 어떤 꿈이 생기든지 이룰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아직까지도 내 인생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첫 배낭여행을 통해 모든 어려움과 불행, 기쁨, 행복 모두 순수하게 내 것이 되는 경험을 하고 나서 얻은 인생의 자양분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도라는 나라로 여행가기를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10년 후인 요즘도 ‘내 꿈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럴 때면 이 여행에서 얻은 것들을 회상하며 힘을 얻곤 한다. 지금 자신의 현실이 힘들고 꿈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아 방황하고 있다면 어디든 한번쯤 홀로 여행을 떠나 보길 권한다.

손묘경 리포터 mkm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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