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띠 맨 '무림고수' 검사들이 미래 검찰 이끈다

 

 우리가 태권도 경기를 볼 때 선수들이 맨 띠의 색깔에 주목하듯 앞으로는 검사들의 수사 역량을 판단할 때 무슨 ‘띠’를 매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대검찰청은 최근 제4회 공인전문검사 인증심사위원회(위원장 박성재 서울고검장) 회의를 열어 검사 3명을 검찰사상 최초로 1급 ‘블랙벨트’ 공인전문검사로 인증했다고 6일 밝혔다. 공인인증검사란 특정 분야 수사에 관한 전문가로 검찰 조직에 의한 공식 인정을 받은 검사라는 뜻이다. 종전에 검사들 중 일부를 ‘특수통’, ‘공안통’, ‘강력통’이라고 부르던 것이 언론의 평가 등을 토대로 붙여진 자의적·비과학적 평가라면 공인인증검사는 검찰이 직접 보증하는 객관적·과학적 방식에 의한 검사 평가인 셈이다.

 태권도 유단자처럼 당당히 검은띠를 맨 검사는 문찬석(사법연수원 24기) 순천지청장, 이종근(〃 28기) 수원지검 형사4부장, 그리고 여성인 박현주(〃 31기) 부산지검 형사3부 부부장 등 3명이다. 13개 분야에서 총 15명이 도전했는데 무려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들 3명만 검은띠를 맬 자격을 따냈다.

 문 지청장이 공인인증을 받은 전문 분야는 주식 등 시세조종이다. 그는 2013년 4월 서울중앙지검의 초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맡아 증권범죄 수사 부서들 간의 입체적 협업 시스템인 ‘패스트트랙(Fast Track)’ 제도를 정착시켰다. 2015년 2월에는 서울남부지검의 초대 2차장검사로 재직하며 휘하의 금융조사1·2부 및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이끌며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의 조기 안착을 주도했다. 현재 증권법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법무연수원 금융수사전문가 과정에서 강의도 하는 등 공인전문검사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이 부장은 유사수신·다단계 분야에서 공인인증을 받았다. 그는 2조원대 제이유그룹 등 6개 공유마케팅 다단계 사기업체를 수사하여 주범 31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유사수신·다단계 등 관련 사건 80건을 처리했다. 올해 들어 부장검사 주임검사제 시행 이후에는 부장검사로서 주임검사를 맡아 증권투자 빙자 240억원대 유사수신 부부 사기범을 직접 수사해 구속기소했다. 또 7개 다단계 사기업체 주범 16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전문사건 30건을 스스로에게 배당·처리했다. 2015년 미국 연수 기간 중에도 미국의 금융다단계 규제를 연구했다.

 박 부부장은 성폭력 분야에서 공인인증을 받았다. 안양 비산동 발바리 사건, 군포 지역 청소년들에 의한 특수강간 등 사건, 사무관 시험 1차 합격자의 강제추행 사건, 특수부대 출신 피고인 특수강간 사건 등 성폭력 전문사건만 800건가량을 처리한 경험이 토대가 됐다. 그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성폭력, 가정폭력범죄 등에 대해 다룬 ‘여성과 법’(법무부, 2005)의 공동 연구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한국으로 연수를 온 검사들을 상대로 ‘한국 검찰의 여성, 아동범죄 수사와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과 더불어 대검은 20개 분야 21명의 검사를 2급 ‘블루벨트’ 공인전문검사로 인증했다. 이들은 태권도에 비유하면 검은띠로의 승단을 앞둔 파란띠 선수들에 해당한다.

 블루벨트 공인인증검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수사지휘 권재호(사법연수원 37기) 성남지청 형사3부 검사 △의료사고 장준혁(변호사시험 1기) 의성지청 검사 △조세 김정국(사법연수원 35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검사 △공정거래 김종오(〃 30기) 순천지청 형사3부장 △상표권 김영미(〃 35기) 부산지검 형사1부 검사 △국민참여재판 정명원(〃 35기) 대구지검 공판부 검사 △정치자금 박대범(〃 33기)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 검사 △국가보안법 김재옥(〃 26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이재만(〃 36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 △노조·단체협약 이헌주(〃 30기) 창원지검 공안부장 △집단사태 송지용 서울중앙지검(〃 32기) 공안1부 검사 △공기업비리 정재훈(〃 31기) 대전지검 특수부 검사 △건설·토목비리 조재빈(〃 29기)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 △기업자금비리 이진동(〃 28기)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장 △마약 김명석(〃 30기) 성남지청 형사3부 검사 △정보통신 서재희(〃 39기) 대구서부지청 형사3부 검사 △과학수사 안희준(〃 30기) 마산지청 형사2부장 △범죄수익환수 이용일(〃 28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범죄정보 박찬록(〃 30기) 법무부 보호법제과장 △범죄인인도·형사사법공조 조주연(〃 33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 △양형정책 김현아(〃 33기)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등이다.

 순천지청은 문찬석 지청장이 시세조종 분야 블랙벨트 공인전문검사, 김종오 형사3부장이 공정거래 분야 블루벨트 공인전문검사로 각각 뽑혀 지청 전체가 경사가 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김재옥 부장과 이재만 검사가 국가보안법 분야에서, 같은 부 송지용 검사는 집단사태(집시법) 분야에서 나란히 블루벨트 공인전문검사로 선발돼 한 부에서 공인전문검사를 3명이나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성남지청 형사3부도 권재호 검사가 수사지휘 분야, 같은 부 김명석 검사는 마약 분야에서 각각 블루벨트 공인전문검사가 됐다.

 대검 관계자는 “공인전문검사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먼저 인증을 받은 기성 공인전문검사들도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형사사법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