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6-11 13:03:00
기사수정 2016-06-11 13:51:17
수영·헬스도 보내… 관련 산업 활황
“별아, 엄마 다녀올게.”
주부 장은영(가명)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쯤 외출을 하면서 별이를 집 근처 ‘유치원’에 데려다줬다.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집에 별이 혼자 놔 두자니 마음에 걸려서다. 문틈으로 살짝 엿보니 별이는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다니며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장씨는 홀가분하게 유치원을 나섰다.
유치원에는 별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1시간 동안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예절교육을 받은 별이는 선생님과 함께 산책을 나가 햇볕을 쬔다. 교사가 일대일로 돌보니 야외활동도 안심이 된다. 산책 후에는 유치원에서 직접 만든 간식이 제공된다.
오후 2시부터는 본격적인 운동시간이다. 간식 섭취가 잦고 운동량이 적은 별이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무릎이 약한 편이다. 선생님은 이런 별이를 위한 맞춤형 운동을 마련했다. 근육 강화를 위해 짐볼 위에서 균형을 잡고 서 있거나 둥근 원판 위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운동 등이다.
선생님은 별이의 하루 일과를 기록한 알림장을 장씨의 휴대전화로 보낸다. 알림장에는 별이의 영상도 첨부한다. 어디 아프거나 다친 곳은 없는지 역시 꼼꼼하게 체크한다.
“별아, 집에 가자!”
오후 6시쯤 장씨가 부르자 별이는 날쌔게 달려 나와 “왕왕!” 반갑게 짖었다. 별이는 올해 다섯 살인 갈색 푸들이다.
장씨처럼 ‘반려견’을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이 늘면서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펫팸족들은 반려견의 사회성을 길러주고 스트레스를 줄여 주기 위해 ‘강아지 유치원’에 보내거나 건강을 염려해 재활운동과 수영을 시키는 등 강아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10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을 기르는 집은 5가구 중 1가구 꼴. ‘반려견 인구 1000만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려동물 자체만 놓고 보면 총 700만마리로 추산되고 있다. 반려견 수는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에 따라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반려견이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동시에 반려견을 대하는 우리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펫팸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