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6-12 09:54:01
기사수정 2016-06-12 10:07:24
20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 정치권에는 ‘안보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방산비리와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논란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안보에 강한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같은 기류는 야권에서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남북 정상회담 속기록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야권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안보 프레임 씌우기’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안보 문제를 더욱 중시한다.
하지만 안보 문제를 다룰 국회 국방위원회를 지망하는 국회의원이 거의 없고, 국방위 활동을 뒷받침할 당 차원의 전문성 확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 눈에 잘 보이는 이벤트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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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해병 2사단을 방문한 김종인 더민주 대표. 더불어민주당 제공 |
◆ 2野 “우리가 안보정당” 경쟁 치열
지난 대선에서 불거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북 정상회담 속기록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야권은 ‘야당은 안보에 약하다’는 프레임을 깨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당 비대위 회의실 배경막을 ‘살피는 민생·지키는 안보’로 내건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가 직접 나서서 군 부대를 방문하는 등 ‘안보정당’ 이미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1일 해병 2사단을 방문한 데 이어 8일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이순진 합참의장을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10일 방산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군 형법 및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출된 법률안은 군용물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자가 뇌물 등의 비리를 저지른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군용물 범죄에 대해선 가중처벌을 하도록 했다.
방산비리업체에 대해 부당이득금액과 그 금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이득을 환수하도록 했다.
청렴서약서를 2회 이상 위반한 업체에 대해선 반드시 2년 이상 5년 내 번위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한 내용도 들어갔다.
더민주는 지난 총선 공약으로 방산비리의 경우 이적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고, 고의·상습 방산비리 업체는 5년간 관련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더민주는 조만간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산하에 가칭 ‘국방안보연구소’를 만들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의원들을 대상으로 안보 특강을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안보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총선 직후 3당 지도부 중 처음으로 전방부대를 방문했다. 안 대표는 지난달 12일 경기 연천 육군 28사단을 찾아 경계작전 현황을 보고받고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28사단 지역은 지난해 8월 북한군이 포격 도발을 한 곳이다.
국민의당의 행보는 ‘안보 이미지’ 부각을 통해 중도층 표심을 공략한다는 전략과 더불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당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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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한 김종인 더민주 대표. 더불어민주당 제공 |
◆ 이미지 경쟁 속에 멍드는 국방 전문성
야권이 안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방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작 국방 정책을 입법에 반영하는데 필요한 전문성 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더민주의 경우 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회를 상임위로 지망하는 의원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예비역 장군을 비례대표로 영입해 국방위 활동을 맡겨왔다. 18대에서는 서종표 의원(예비역 육군 대장), 19대에서는 백군기 의원(예비역 육군 대장)이 그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백군기 의원은 낙선했고, 20대 국회 비례대표에 포함됐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검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양승숙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은 25번을 받아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민간인 출신 더민주 국방위원으로서 군을 상대로 강한 ‘전투력’을 발휘하던 김광진, 진성준 의원은 낙선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국방위를 희망하는 의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국방위를 기피하는 이유는 지역구 민원 해결이나 예산 확보 등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국토위나 안행위 등 지역구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임위를 선호하게 된다.
국방위에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도 다음 총선에서 재선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한 원인이다. 19대 국회 국방위의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낙선한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위원장이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을 포함해 정미경, 황진하, 한기호 의원 등 상당수가 낙선했다.
의원들이 국방위를 기피하면 당 정책위원회 산하 전문위원과 국회의원 보좌진 등 전문성을 갖춘 실무진들도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다. 국방위에 처음 입성한 의원들은 보좌진과 전문위원들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수십년 동안 임무를 수행하고 대관업무에도 능숙한 국방부 관계자들을 상대하기 어렵다. 이는 국회의 기본 책무인 행정부 견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우려는 일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더민주가 내놓은 방산비리 처벌법의 경우 지난해 1월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제출한 적이 있다. 방산비리를 이적죄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개인의 영달을 위한 비리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와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 끝에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국방 분야의 정책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예비역 장군이나 장교들을 영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더민주의 경우 지난해 말 문재인 당시 대표가 ‘유능한 안보정당’을 내세우며 예비역 20여명을 영입했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국방정책에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무런 준비 없이 국방위로 배치된 초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 차원의 정치에 더 관심이 많은 중진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열정적으로 매달릴 가능성은 많지 않다. 반면 미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서해 NLL에서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등 굵직한 이슈는 산적해 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벌써부터 불안해지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