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기후변화'는 기회…적극 대응 나서는 각국 기업들

상습 재해국에 기상정보 제공… 미래고객에 투자 시장 넓힌다
“기후 변화는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대형 석유기업 쉐브론의 최고경영자(CEO) 존 왓슨이 파리기후협정으로 수익 악화를 걱정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을 수동적으로 지키겠다는 경쟁업체와 달리 그는 시장원리에 근거한 ‘적극적인’ 기후 변화 대응 방안을 강조했다. 그는 “시장에서 석유 생산과 관련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이런 방안이 적용된다면 사업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전에는 가스 배출량 조절과 같은 수동적 대응에 그쳤다면 이제는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나라에 진출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기후 변화 피해국 지원이 장기적 투자”

12일(현지시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따르면 전 세계 102개 기업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민간부문계획’에 참여해 우간다, 모잠비크 등 52개국에서 수익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간다 등은 기후변화로 만성적인 물,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 나라에 진출해 물, 식량 문제에서부터 에너지 수급, 부동산·금융분야까지 도움을 주면서 장기적 수익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식음료회사 ‘펩시코’는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인도에 진출해 논농사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인도는 매년 1억3000만t 정도의 쌀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농업국가지만 수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논농사가 위기를 맞았다. 펩시코는 다량의 물이 필요한 이앙(모내기) 대신 직접 논에 볍씨를 심는 기계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그 결과 70억ℓ의 물이 절약됐다. 주민들은 농작물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게 됐고 지역 경제도 살아났다.

펩시코의 인도 논농사 개량 투자는 기후변호로 침체된 인도의 농업이 살아나야 시장이 살아나고, 이는 궁극적으로 펩시코의 인도 투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장기 전략에 따른 것이다.

스웨덴 통신정비회사 에릭손은 이상 기후 탓에 매년 30만명이 이상이 숨지는 아프리카에서 ‘날씨 예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모바일 사용자가 매년 2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한 사업이다. 에릭손은 우간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조업하고 있는 농부에게 홍수 위험을 휴대전화 문자로 알려주고 있다. 아프리카는 기후 변화로 매년 125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에릭손의 날씨 예측 사업은 인도적이면서도 미래를 내다본 투자이기도 하다.

식품업체인 네슬레는 코트디부아르에서 기후 변화로 생긴 병충해 퇴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농민들이 네슬레에 안정적으로 상품 원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양수겸장의 프로젝트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중국과 알제리에 이동식 정수 시설 및 공장을 만들었고 제약회사 BASF는 가뭄 등에 강한 농작물 공급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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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정책에 ‘시장 개념’ 도입한 뉴욕시

기후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은 민간부문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이끌고 있는 미국 뉴욕시다. 뉴욕시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에 강타당한 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체 전력의 26%를 수력·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부터 얻고 있다. 태양에너지는 최근 4년 동안 575% 급증했다. 뉴욕시의 변화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선택하는 차원을 넘어 에너지 시장에 경쟁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뉴욕시는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독점 형태의 특정기업이 에너지부문을 주도했다. 이런 시스템은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을 어렵게 했다.

쿠오모 시장은 에너지 소매 시장을 활성화해 각 발전 기업이 좋은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과 협력해 전기를 공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수요량에 따라 공급이 조절되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가 일반화되는 등 에너지 선순환 체계가 자리 잡았다.

중국은 미국 기업에 환경 관련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최근 열린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책사로 불리는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미국 측에 환경기술 분야에 투자를 요청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환경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이 친시장적인 환경 관련 투자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