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로 각선미 뽐내려다 발건강 해친다

여성들, 여름철 ‘무지외반증’으로 고민
지난 겨울부터 다이어트를 해 온 A(24·여)씨. 마침내 목표 체중에 도달하자 신이 났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모임에 입고 나갈 짧은 반바지와 요즘 유행하는 오프숄더 블라우스를 꺼내 몸에 이리저리 대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A씨의 눈에 바깥쪽으로 휘어 ‘변형된 엄지발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구두를 신을 때마다 발가락이 아팠지만, 이 정도로 휘어있을 줄은 몰랐다. 샌들을 신고 나가 친구들 앞에서 완벽한 몸매를 뽐내려던 A씨는 절망스러웠다.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발 모양이 변형된 ‘무지외반증’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발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 많이 생기는 여름철에는 남들 시선도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무지외반증은 하이힐이나 발에 꽉 맞는 구두를 오랫동안 신어 발 모양이 변형되는 것으로 ‘하이힐 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발 전체를 감싸는 운동화나 구두보다는 간편하게 신을 수 있는 슬리퍼나 각선미를 부각시키는 볼이 좁은 하이힐, 굽이 높은 샌들 등을 자주 신는 사람에게서 잘 발생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무지외반증 진료인원은 2009년 4만1657명에서 2013년 5만5931명으로 늘었다. 이 중 2013년 기준 여성이 전체 진료인원의 84.7%를 차지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의 휘는 각도가 커질수록 발모양이 예뻐지지 않는 것은 물론 통증 또한 심해진다. 휘어진 엄지발가락 때문에 둘째발가락과 셋째발가락에도 압력이 가해져서 발가락과 발허리를 잇는 관절이 붓고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기도 한다.

발은 몸 전체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에 생긴 통증은 허리와 무릎, 골반 등 신체 곳곳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전문의를 찾아가는 등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발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발가락이 전보다 휘었다면 병원에 가기 전 집에서 간단하게 무지외반증인지 확인해볼 수 있다. 먼저 A4 종이 한 장을 준비한다. 그 위에 반듯하게 올라선 후 엄지발가락의 모양을 그대로 따라 그린다. 각도기를 이용해 구부러진 정도를 쟀을 때 엄지발가락의 뼈가 정상 위치에서 15도 이상 바깥으로 굽어있다면 무지외반증일 가능성이 크다. 

엄지발가락만 괴로운 것은 아니다. 새끼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소건막류’ 또한 조심해야 할 족부질환 중 하나다. 소건막류 역시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에게서 발병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무지외반증을 경험한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앞 코가 뾰족하고 높은 구두를 신을 때 발 앞쪽에 압력이 가해져 무의식적으로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압력이 높아지면 새끼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어 신발과 닿아 통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높은 굽의 신발을 피하고 5cm 이하의 낮은 굽의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부득이하게 하이힐이나 높은 굽의 샌들을 신을 경우에는 2시간 이상 신지 않도록 하고, 편한 신발을 별도로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딱딱한 가죽 재질보다 발 전체를 감싸는 부드러운 재질의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발가락을 오므렸다가 폈다를 반복하는 발가락 스트레칭을 틈틈이 해주는 것도 발가락 변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소건막류의 경우 수건 등 긴 천을 발바닥 사이에 넣고 10초 정도 양손으로 당겨주는 스트레칭을 10차례 정도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통증이 계속될 경우 전문의를 찾아가 엑스레이 등의 검진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경미한 증상이면 특수 깔창이나 패드를 삽입하는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 충분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뼈를 깎아 내거나 관절 윗부분에서 새끼발가락을 안으로 밀어주는 수술을 통한 치료를 진행한다.

남창현 목동힘찬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20, 30대의 젊은 여성 환자가 많이 고민하는 족부질환은 병원을 찾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예방을 위해서는 수영, 걷기, 자전거 타기 등 평소 무릎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 습관을 기르는 동시에 무릎에 충격을 가하는 높은 굽의 하이힐 등을 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