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6-13 21:23:00
기사수정 2016-06-13 21:37:57
지구촌 광고 시장 급속 변화
TV광고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TV광고의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TV광고의 위세가 꺾이면서 맞춤형 형태인 온라인광고가 대세가 되고 있다.
TV광고는 그동안 광고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누렸다. TV광고는 대기업 등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나 신상품 광고 용도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광고시장에서 TV의 현재 위상은 2000년대 초반 인쇄매체와 비슷하다. TV의 지위 하락은 소비자의 개별 선택이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맞춤형 온라인광고는 마치 음반업체가 앨범 판매 대신 싱글트랙 다운로드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같은 형태로 이뤄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디지털 마케팅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2017년엔 사상 처음으로 세계시장에서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광고가 TV광고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이 광고시장을 포함해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시장에서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매출액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내년 온라인 광고 시장, TV 광고 시장 추월”
온라인광고의 강세는 국내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올해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등은 TV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모바일과 디지털엔 지속적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여행전문업체인 익스피디아는 온라인에서 곧잘 “당신이 2개월 전에 검색했던 목적지의 가장 저렴한 항공권이 있다”는 등의 맞춤형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소비자가 수개월 전 검색했거나 구매한 상품의 이력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현실 친화적인 광고로 소비자의 구미를 사로잡는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2016∼2020년 세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전망’에서 “2017년엔 세계 온라인광고 시장의 매출이 753억달러(약 87조8000억원)에 달해 747억달러(87조1000억원)에 그칠 TV광고 시장의 매출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V광고 시장은 앞으로도 정체 내지 소폭 상승 흐름을 보이겠지만, 온라인광고 시장은 2020년 935억달러에 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광고를 포함해 세계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시장의 매출액은 2015년 6050억달러에서 2020년 72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TV광고의 미래는 밝지 않다. 영국의 광고전문업체인 제니스옵티미디어의 조너선 버나드 대표는 “광고시장 자체는 줄지 않을 것이지만, TV광고의 수익이 디지털광고에 뒤처지는 모습은 곧 눈에 띌 정도로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광고와 영화 등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에서 중국이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영화시장 매출액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PwC는 중국이 내년 영화시장에서 103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101억달러에 그칠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와중에 각국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규제를 돌파할 방법도 간단치 않다. 당국은 중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제작된 영화의 상영을 제한하고 있다. 외국어로 제작된 영화는 해마다 34개 작품만 상영을 허용하고 있다. 각국의 거대 업체들은 중국 제작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릴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세대가 온라인 시장 키워
온라인광고 시장의 활성화는 스마트폰을 분신처럼 활용하는 세대의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면서 광고를 접하는 채널이 다양하게 확대된 덕분이다. 온라인 광고는 소비자가 관심 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검색해 ‘다시 보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확실한 구매층을 겨냥하면서도 TV광고보다 적은 비용으로 광고를 제작할 수 있다.
현재 각광을 받는 온라인광고는 보여주는 방식의 전시, 유료 검색, 종류별로 나눈 범주 광고로 구성된다. 이중 전시광고는 영상과 애니메이션 등 여러 형태의 미디어로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광고 형태다. 온라인의 전시광고는 수동적인 방식의 TV광고나 단순한 형태의 배너광고에 비해 다양한 이미지로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소비자의 온라인 이용 행태를 추적해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광고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은 이런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 이용자의 관심 분야와 맞춤형 광고가 연결되면서 개별 소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광고 전문가들은 “친근한 캐릭터와 이모티콘을 활용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서 온라인광고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들 광고는 기본적으로 고객과 공감도를 높여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온라인광고와 소비 행태는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비자가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고, 기업의 매출 확대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광고 중에서도 디지털 기기 사용을 방해할 정도로 자주 노출되는 광고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강하다는 점도 온라인 광고 시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