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6-15 02:24:05
기사수정 2016-06-15 02:29:37
원작 이미지 요청에 미술관측 “안된다”
문체부, 미술시장 투명화 ‘의지’ 보여야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이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원작 이미지를 요청하자 소장품 담당 학예실장은 바로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하루 만에 번복을 했다. 홍보라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입장을 갑자기 바꾼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금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어렵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세웠다. 이미 일반에 공개된 이미지를 안 주겠다는 이유가 뭔지 다시 물었다. 담당자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는 관례를 들먹였다. 다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천경자 화백이 생존 당시에 본 미인도 이미지는 별개라는 것인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개한 ‘미인도’ 이미지를 보고 천 화백이 위작 주장을 했음을 환기시키자 그는 말꼬리를 내렸다.
작품의 진위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투명성이다. 진위 판정의 기초자료인 작품 이미지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나중에는 유족이 반대한다는 이유까지 내세웠다. 유족의 입장은 지금 당장 작품 원본을 공개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여건에선 공정한 판단이 어렵겠다는 판단에서다. 유족들이 보도용 이미지 사용마저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미인도 진위 문제에 있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작품의 출처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미술관의 입고 과정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벌써부터 미심쩍은 부분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있는 그대로를 밝히는 것이 답이다.
또 하나는 감정을 원하는 전문가들에게 원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진작 판단이든 위작 판단이든 리포트를 남기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런 자료들을 일반에 공개하면 된다. 비록 결론이 안 난다 하더라도 역사적 자료로 남기면 된다. 그동안 미인도 위작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런 문제에 수수방관 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미술시장 투명화와 활성화를 위한 의견수렴 자리를 마련했다. 문체부가 진정으로 미술시장 투명화와 활성화 의지가 있다면 이슈가 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투명화부터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