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6-14 19:51:32
기사수정 2016-06-14 23:12:37
경제학 박사를 외통위에 보내…권한없는 정의당은 배정 항의도
여야 초재선 의원들의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이 전문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선수, 지역 안배 등을 따지다보니 전문성이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특히 각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선출된 의원들마저 전문 분야와 무관한 상임위에 배치되는 ‘묻지마 배정’도 비일비재했다.
새누리당에선 경제학 박사 출신의 김종석 의원(비례 10번)은 경제 관련 상임위가 아닌 외교통일위를 배정받았다.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등을 지낸 김 의원은 총선 공천에서 경제전문가로 당에 영입됐으나 정작 외통위에서 활동하게 됐다.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최연혜 의원(비례 5번)도 국토교통위가 아닌 산업통상자원위에 배치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출신의 김승희 의원(비례 11번)도 안전행정위에 배정됐다. 김 의원은 보건복지위에 배정된 3선의 이명수 의원과 현재 상임위 조정 단계에 있다.
지역구 초선 의원 중에서도 전문성과 상관없는 상임위에 배치된 의원이 상당수 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박근혜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은 법제사법위에 배치됐다. 반대로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의 최교일 의원은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하게 됐다. 국토부 공무원 출신인 권석창, 송석준 의원도 각각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와 복지위에 배정받았다. 거창군수 출신인 강석진 의원과 사업가로 활동해온 성일종 의원은 복지위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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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의원(왼쪽 두번째)과 노회찬 원내대표(세번째) 등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14일 국회 본청 로텐더 홀에서 상임위 재배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추 의원은 미디어분야 전문가로 영입됐지만 외교통일위원회를 맡게 됐다.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은 국회의장이 상임위를 배정한다. 남정탁 기자 |
야당과 실무 협상을 담당하는 간사직을 맡은 재선 의원 가운데 해당 상임위 경험이나 전문성 없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윤영석(외교통일위), 경대수(국방위), 이장우(교육문화체육관광위), 김태흠(농해수위) 의원이 대표적이다. 당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중진들은 전략적으로 상임위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초·재선들은 전문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줘야 하는데, 본인들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있다”며 “미국처럼 상임위 활동 경력 등을 중심으로 배치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내외적으로 전문성이 검증된 의원들이 생소한 상임위로 배정받으며 급기야 국회 농성으로 이어졌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이날 상임위 변경을 요구하며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출신인 추 의원은 언론전문가로 영입돼 비례 3번으로 당선됐지만, 외통위로 배치됐다. 추 의원은 “축구선수가 농구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심정”이라고 개탄했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경제전문가로 당에 영입됐으나 안행위에 배정됐다. 비교섭단체 상임위 배정은 국회의장의 권한인데, 노동전문가로 꼽히는 무소속 윤종오 의원은 환경노동위를 희망했으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를 배정받았다.
김달중·김채연 기자 w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