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6-15 19:16:34
기사수정 2016-06-15 23:07:42
검찰 소환 요구 불응… 기소 중지/ 미국 당국에 형사사법공조 요청
오는 8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리픽 여자 농구 대표팀에 합류하려고 특별귀화를 신청했던 여자프로농구 전 KEB하나은행 소속 선수 첼시 리(27·사진)의 신청 서류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리와 그의 에이전트가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아 미국 측에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했다. 앞서 혈통 논란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리 측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리가 해외동포 선수 자격으로 국내 무대에서 뛰게 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과 KEB하나은행은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강지식)는 리가 지난 4월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아버지 제시 리의 출생증명서와 본인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됐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이 주한미국대사관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리가 제출한 출생증명서의 발행 날짜가 찍힌 지난해 4월20일에 해당 증명서가 발행된 사실이 없었다. 문제의 출생증명서 테두리에 기재된 일련번호는 사망증명서에 사용되는 번호였다. 리의 아버지라는 제시 리의 출생증명서도 미국 국무장관의 서명 대신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의 이름이 기재돼 있는 등 당시 미국에서 사용되던 공식 서류 양식이 아니었다.
검찰 조사결과 제시 리는 실재로 존재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리가 할머니라고 주장한 한국인 이씨도 제시 리로 오인될 만한 사람을 출산한 적이 없었다. 리가 2011년 운전면허증, 2013년 여권발급을 신청할 때 기재한 서류에는 부친에 대한 사항이 전혀 없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 입단할 당시 할머니가 한국인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던 리가 거짓 행각을 벌였을 공산이 큰 셈이다. 그는 부모 또는 조부모가 한국 사람이면 ‘해외동포 선수’자격을 부여해 국내 선수처럼 뛸 수 있는 WKBL 규정을 이용해 한국 무대에 진출했다. 당시에도 혈통 논란이 제기됐지만 별 문제 없이 경기에 나가 전년도 리그 5위에 그쳤던 팀을 2위로 끌어올리며 신인상을 받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그가 올해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농구협회와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거쳐 특별귀화 추천 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이다.
검찰 관계자는 “리가 한국계 혈통이 아닐 확률이 높다”며 “리와 서류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에이전트가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미국 사법당국에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하고 당분간 기소중지했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