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랑한 알타 비스타

오너 패트릭 돌랑 단독 인터뷰

만년설을 배경으로 펼쳐진 해발 2400m 고지의 알타비스타 포도밭 풍경
6월. 초여름의 문턱이다. 한낮 태양은 벌써 익을 듯이 뜨겁다. 차갑게 칠링된 화이트 와인 한잔이 그리운 순간. 참지 못하고 한모금 흘러 넘긴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만년설. 그래, 알프스다. 높은 산 꼭대기 위에 서있고 사방에서 오는 바람은 순식간에 땀방울을 훔친다. 천리길 낭떠러지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신비롭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 알타비스타(Alta Vista)  화이트 와인 또론테스(Torrontes)다.

알타비스타 오너 패트릭 돌랑씨가 자신의 화이트와인 클래식 또로떼스를 소개하고 있다.
알타비스타는 아르헨티나 와이너리다. 아르헨티나 와인에서 어떻게 유럽의 알프스가 떠오를까. 알타비스타의 오너 패트릭 돌랑(Patrick D'Aulan). 그는 사실 마릴린 먼로의 샴페인으로 유명한 파이퍼 하이직(Piper Heidsieck)을 운영했던 돌랑 가문의 후손이다. 아르헨티나의 때루아와 프랑스의 양조 DNA가 만나 탄생한 와인이 바로 알타비스타인셈이다. 중요한 점이 또 하나 있다. 또론테스 DNA를 분석할 결과 알프스 고지대에서 자라는 포도품종 사바렌(Savaren)의 DNA가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또론테스가 자라는 알타 비스타의 포도밭은 알프스 처럼 해발고도 2400m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높은 곳에 내려다 보는 경치’라는 뜻을 담은 알타비스타를 와이너리 이름으로 지었다. 알타비스타 토론테스에서 알프스가 느껴진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또론떼스는 가톨릭 교회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으로 화제가 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교황 선출 후 추기경들과의 첫만남에서 고령인 자신을 오래된 와인에 비유할 정도로 와인 사랑이 각별하다고 한다. 그는 특히 고향인 아르헨티나 와인 알타비스타 또론테스는 그가 추기경 시절 소규모 연회에 특별 주문을 할 정도로 즐겨 마셨던 와인이기도 하다.

샹파뉴에서 6번째로 큰 샴페인 하우스 파이퍼 하이직은 1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이런 파이퍼 하이직을 한때 운영했던 돌랑 가문의 후손이 어떻게 말벡의 본고장 아르헨티나까지 가게 됐을까. 말벡은 지금 아르헨티나 등 신대륙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지만 원래 구대륙 포도품종이다. 한때 프랑스 보르도와 루아르에서 번창했지만 지금 쇠퇴해 블렌딩할때 소량 사용된다. 이 때문에 와인의 역사에서 말벡은 ‘흘러간 세기의 위대한 여행자’라고 불린다.

그가 이런 말벡에 푹 빠지게 된 것이 아르헨티나로 건너간 가장 큰 이유다. 부모가 운영하던 파이퍼 하이직을 1988년 다른 가문에 넘긴뒤 패트릭은 아르헨티나에서 새출발을 다짐한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뛰어난 양조 실력을 자랑하는 와인메이커 장 미셸 아르꼬뜨(Jean Michel Arcaute)가 있었다. 그는 당시 프랑스 뽀므롤 지역 샤토 끌리네(Clinet)에서 새로운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빚고 있었다. 이렇게 둘이 의기투합해 1998년 설립한 와이너리가 알타비스타이다. 한국을 찾은 패트릭을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수입사 레뱅드매일 관계자와 함께 만났다.

알타비스타가 있는 아르헨티나 멘도자 위치
“그동안 굳이 프랑스를 떠나서 아르헨티나까지 갈 필요가 있었는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요.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원했고 위대한 가능성을  보인 곳이 바로 아르헨티나 유명 와인산지 멘도자였답니다. 프랑스에서 품질 좋은 와인이 나오는 배경은 올드바인과 떼루아가 받쳐줬기에 가능합니다. 멘도자 지역을 방문했을때 올드바인이 자라고 있었고 떼루아와 미세 기후가 프랑스에 못지않은 환경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거예요. 우리의 도전을 랜드 오드 디스커버리(Lane of Discovery)라고 부르고 싶네요.”

실제 멘도자 지역은 프랑스 보르도 기후와 흡사하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는 조금 더운지역이지만 해발 2400m의 고지대인 멘도자는 보르도 지역과 마찬가지로 기온이 낮게 유지된다. 또 1700년대 부터 와인을 생산해 올드바인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패트릭이 알타 비스타를 설립할때만해도 아르헨티나는 질적인 측면보다 데일리급의 내수용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패트릭은 이를 뛰어넘기 위해 와인메이킹 팀을 모두 프랑스 출신으로 구성했다. 대신 포도를 관리하는 이들은 현지인을 고용했다. 현지인보다 아르헨티나 땅을 잘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아르헨티나의 색깔이 묻어나는 보르도 풍의 와인이 탄생했다. 포도밭은 전체 220헥타규모이며 싱글빈야드는 5개다.

아르헨티나에서 고품질 와인을 빚기 위해서는 고도가 굉장히 중요하단다.“ 알타비스타 포도밭이 위치한 2400m 고도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고도가 높은 포도밭이지요. 낮에는 35도 이상 올라가지만 밤에는 12도 이하로 떨어져요. 낮에는 당분이 성숙되는 시간이고 밤에는 열기를 식히면서 산도를 생산하는 시간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온도차는 아로마를 강하고 샤프하게 만들어 줍니다. 또 프레쉬 하면서 스파이시하게 만들어 아시아의 매콤하고 향신료 가미된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 탄생한답니다. 소믈리에한테 와인을 추천받을 때는 어디 정도 고도에 위치한 싱글빈야드인지 반드시 물어봐야 해요. 해발고도는 와인의 퀄리티를 반영하기때문에 1000미터 이상이라면 믿고 마셔도 되지요.”

패트릭은 올드바인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세계적 유명한 와인들은 대부분 올드바인에 생산되는 탓이다. 올드바인은 조화롭고 균형이 잘 잡히며 굉장히 성숙된 맛을 지닌 포도를 얻을 수 있다. 이날 패트릭과 함께 테이스팅한 화이트 또론떼스는 80년이나 된 고목에서 생산된  포도로 빚는다. 이날 또론테스를 멍게비빔밥과 함께 페어링 했는데 음식과 와인 모두 뛰어난 시너지를 냈다.

오늘의 알타비스타를 있게한 와인은 아르헨티나 최초의 싱글빈야드 와인으로 공인된 말벡 100% 와인 세레나데(Serenade)다. “포도밭 하나하나 단일 포도로 양조해서 맛을 보니 떼루아마다 포도가 가진 맛이 조금씩 다르더군요. 싱글빈야드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지요. 그동안 말벡의 역사는 깊지만 내수용으로 생산했기에 품질은 뒤떨어졌답니다. 싱글빈야드 세레나데 출시를 계기를 아르헨티나 와인이너리들이 고급화를 추구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됐답니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말벡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말벡은 잘 익어야만 진가가 발휘하지요. 보르도의 말벡은 구조감은 충분한지만 성숙도나 밸런스는 떨어집니다. 프랑스 그랑크뤼 1등급 샤토 라뚜르는 등 메독 지역은 말벡을 꼭 블렌딩하는데 구조감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랍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위도상 같지만 칠레는 해양성 기후에 저지대라 사뭇 다른 와인이 만들어 진단다. “까베르네 소비뇽을 비교하면 칠레는 탄닌이 강한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 반면, 아르헨티나는 고도가 높아 바디감이 있으면서도 둥글둥글한 느낌의 부드러운 까베르네 소비뇽이 생산되지요.”

패트릭에게 말벡은 어떤 느낌을 주는 와인인지 물었다. “말벡은 마릴린 몬로에요. 매우 센서티브하면서 색도 짙고 풀바디한 화려한 와인이지요. 하지만, 마시면 내성적이면서 예민한 그녀의 성격처럼 섬세하고 우아한 느낌이 들어요. 그녀처럼 밸런스가 좋고 센서티브하면서도 우아한 와인이 되길 바라면서 와인을 만들고 있답니다.”

■알타 비스타 대표 와인들

알타비스타 대표 와인들
알타 비스타 클래식 말벡은 데일리급 와인으로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 말벡 100%. 밝은 보라 빛을 띠고 있으며 플럼같은 과일의 강한 아로마와 바닐라 향, 옅은 커피의 향을 지니고 있다. 신선하고 부드러운 탄닌과 과일 맛이 특징이며 한식을 다양한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  특히 순대, 가금류, 파스타, 피자, 치즈,  제육볶음, 삼겹살, 돼지갈비찜, 소갈비찜, 불고기와 페어링이 좋다.

알타 비스타 프리미엄 말벡은  플래그쉽 와인으로 국내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자랑한다. 말벡 100%. 루비 색을 띠고, 잘 익은 붉은 과일과 향신료의 복합적인 아로마를 가졌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탄닌과 입 안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집중도가 인상적이다. 진한 소스의 육류 요리와 가금류, 소고기, 돼지고기 구이, 닭도리탕, 육개장, 육전, 육회 등과 마리아주를 이룬다.

알타 비스타 떼루아 셀렉션 말벡은 와이너리가 보유한 다섯 곳의 빈야드에서 생산된 말벡 중 최고급으로 엄선된 포도로만 양조된 와인이다. 말벡 100%.짙은 보라 색을 띠며 향신료와 신선하게 잘 익은 과일의 향이 함께 느껴진다. 인상적인 탄닌감과 긴 피니쉬가 특징적이며 8년 이상 보관 가능한 와인이다. 갈비찜, 닭도리탕, 삼겹살, 곱창과 잘 어울린다.

알타비스타 싱글빈야드 세레나데
알타 비스타 싱글빈야드 세레나데(Serenade) 2011은 말벡 100%다. 12개월 뉴오크 숙성을 했다. 우아한 라즈베리와 자두 등의 향이 느껴지며  흙냄새나는 미네랄과 집중도 있는 타닌, 훌륭한 구조감이 특징이다. 세레나데는 프랑스어로 '옅은 달빛'을 뜻한다. 세레나데 싱글빈야드에서 1960년부터 재배를 시작했다. 한우 구이류, 불고기, 갈비찜, 닭도리탕, 삼겹살, 곱창과 잘 어울린다.

알타비스타 프리미엄 또론테스는 아르헨티나 또론테스 중 가장 많은 수상 내역을 보유한 와인으로 섬세한 흰 꽃, 장미와 포도, 배 등 과일 류의 아로마가 잘 어우러진다. 드라이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과일의 신선한 맛과 우아함이 조화를 이뤄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다. 전체요리, 생선류, 회, 생선초밥, 굴전, 오징어 볶음, 낚지 볶음, 해파리 냉채아 궁합이 잘 맞는다. 2년 정도 보관 가능한 와인이다.

알타비스타 알토
알타 비스타 알토(Alto)는 말벡 70%, 까베르네 쇼비뇽 30%를 블렌딩했다.1997년 패트릭 돌랑과 저명한 와인메이커 장 미셸 아르꼬뜨가 말벡 품종에 프랑스 와인 양조철학을 접합시켜 탄생시킨 알타 비스타의 플래그쉽 와인이다. 당시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알토와 같은 와인의 출시는 혁명적이었다고 한다. 출시 몇 시간 만에 품절되는 알토는 지금까지도 와인 경매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좋은 빈티지로만 한정 생산한다.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1001가지 와인’에도 선정됐다. 알토는 빈티지가 좋은 해에만 생산하는 아르헨티나 대표 아이콘 와인이다. 검은과일, 향신료, 초콜렛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두드러지는 프리미엄 말벡이다.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운 타닌과 여운이 긴 피니쉬가 특징이다. 새 프렌치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시키며 10년 정도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