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6-22 19:20:31
기사수정 2016-06-22 19:22:40
‘스마트기기 족쇄’… 퇴근 후에도 업무처리
광고제작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진모(32)씨는 스마트폰 메신저 알람소리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퇴근 후나 휴일 어디를 가든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은 물론 밤이면 머리맡에 놓고 자는 게 습관이 됐다. 언제 업무지시가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진씨는 “광고주 측으로부터 급히 수정요청이 오면 밤에도 일을 해야 할 때가 많다”며 “퇴근 후에도 늘 긴장 상태다. 메신저 소리만 들어도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은 업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로 하루 평균 1시간 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기기로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직장인들에게는 ‘족쇄’가 되면서 퇴근 후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있다.
22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주최한 ‘카카오톡이 무서운 노동자들’ 포럼에서 발표된 ‘스마트기기 업무 활용의 노동법적 문제’ 자료에 따르면 평일 업무시간이 끝난 뒤 ‘업무 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3.9%에 그쳤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퇴근 후 스마트기기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는 전국의 제조업·서비스업 근로자 24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일 업무시간 외에 업무 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은 △30분 이내 27.1% △30분 초과 1시간 미만 9.8% △1시간 10.0% △1시간 초과 2시간 미만 8.6% △2시간 이상 20.1% 등으로 조사됐다. 평일 퇴근 뒤 하루 평균 1.44시간(86.24분)을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휴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휴일에 스마트기기로 2시간 이상 업무를 처리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27.5%를 차지했다. 평균 업무 시간은 평일보다 10분 정도 긴 1.6시간(96.96분)이었다. 평일 퇴근 후와 휴일에 스마트기기로 일한 시간을 합치면 일주일 평균 11시간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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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기기로 처리하는 업무(복수 응답)는 ‘직장 메일 연동을 통한 메일 수신·발신’이 63.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직장 업무 관련 파일 작성·편집 57.6% △메신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업무 처리·지시 47.9% △직장 사내 시스템 접근을 통한 업무처리 지시 31.3% 등이었다. 이 같은 초과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줄어든 활동은 ‘수면’이 44.0%로 가장 높았다.
김기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초과근로에 수당을 지급하는 등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예 퇴근 후 업무 관련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일명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근로기준법에 ‘근로시간 외에 통신수단으로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려 근로자의 사생활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 의원은 “근로자는 퇴근 후 회사·상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의 사생활을 존중·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