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마다 교리나 의례 등은 서로 다르지만 인류의 행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기에 ‘종교 간의 평화’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평화’를 지향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불교 조덕상 교무는 22일 한국종교협의회(회장 유경석·이하 종협)가 서울 청파동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본부에서 개최한 ‘종교간 평화 실천을 위한 종교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제1차 종교평화헌장 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 교무는 ‘종교 간 평화 실천을 위한 원불교의 사상과 역할’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원불교 사상은 소태산의 대각에서 출발한다”며 “고통 속에 헤매는 모든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것이 소태산이 원불교를 개교한 동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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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좌장 김항제 의장과 주제발표에 나선 조덕상 교무, 최영길 이사장, 황진수 교수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
또, 그는 “이러한 소태산의 사상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표현이 바로 ‘일원주의(一圓主義)’다”며 “후대 종법사들은 ‘인류가 하나의 진리에 바탕한 한 형제임을 깨달아 하나의 광대 무량한 낙원 세계 건설에 동참하자는 것’을 ‘일원주의’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훗날 종산종사는 소태산의 일원주의를 구체화해 삼동윤리(三同倫理)를 제시했다”며 “일원주의와 삼동윤리는 원불교 지향하는 평화 실천적 정신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계승한 대산은 세계평화삼대제언을 통해 ‘종교연합’ 창설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세계평화삼대제언은 1970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종교자평화회의에서 발표된 것으로, ‘종교인들이 힘을 모아 국제연합 기구에 대등한 종교연합 기구를 창설하자’는 종교연합운동의 기치를 담고 있다.
대산이 제시한 종교연합운동은 인류의 평화를 위한 포괄적인 노력을 함께 해나가는 운동으로서 종교의 화합을 밝히자는 것.
조 교무는 “이렇듯 원불교에서는 세계평화를 위해 종교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며 “그 이유는 물질개벽의 시대의 문제는 모든 종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만 가능한 상황이기에, 이러한 노력을 거듭하다 보면 종교 간 대화가 더욱 깊어져 세계평화 또한 도래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평화는 어느 시대에나 꿈꿔 왔던 인류의 이상이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온 삶을 던져왔다”며 “지금 이 순간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세계 각처에서 계속되고 있는데 궁극적인 평화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종교간의 평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이슬람교 최영길 이사장은 발제를 통해 “이슬람은 지구촌 한 가정의 평화와 자비와 사랑을 구현하기 위해 창조주 하나님께서 제정한 종교다”며 “이슬람 종교가 회복되기 이전 유대교인들과 기독교인들 역시 하나님께서 제정한 종교를 믿었다고 꾸란은 언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꾸란에 근거한 이슬람 종교 본연의 사명은 아담의 자손, 즉 인류 모두가 현세의 행복(천국)과 내세의 행복(천국)을 동시에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며 “그중에서도 현세의 행복 추구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내세의 행복 추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종교 본연의 사명은 인간에게 행복을 안겨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슬람교 본연의 사명 역시 인간으로 하여금 현세의 행복과 내세의 행복을 누리도록 해 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청심신학대학원대학교 황진수 교수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초종교평화사상과 초종교평화운동을 통한 가정연합의 역할에 대해 발제했다.
황 교수는 “종교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평화세계 구현은 반드시 종교 간 연합을 통해 범세계적 평화의 원동력을 마련해 가야 하는 것이다”며 “이런 면에서 ‘종교평화 없이는 세계평화도 없다’는 한스 큉의 지적은 매우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정연합은 문선명 총재의 유지를 받들어 초종교평화사상을 삶으로 체화해 가면서 지금까지 이뤄왔던 종교 간 만남과 화합의 장을 더욱 질적으로 고양시켜 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제는 보다 더 실질적으로 서로의 삶의 자리에서 종교 구도의 과정마저도 함께 참여하고 경험하면서 그 교류의 장을 확대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는 지난 2월14일 제정 및 선포된 ‘종교평화헌장’을 바탕으로, 종협의 종교평화회의에 소속된 회원 종단들이 종교간 평화와 실천,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종협 유경석 회장과 가정연합 이현영 부회장, 대종교 원영진 전 사교, 대한천리교 이원우 교무원장, 대한불교조계종 은천사 주지 상산 스님을 비롯해 70여명의 종단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세미나 개회식에서 유경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인류의 관계 회복이 곧, 인류의 미래를 약속한다”며 “이해와 포용으로 서로 타종교를 이해하는 데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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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종교평화헌장 세미나 전경. |
또, “모든 종교인이 함께 가져야 할 박애정신을 바탕으로 함께 힘을 모은다면 분명 인류평화는 따라올 것이다”며 “평화세계 구현이라는 한 목적으로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종교, 세상을 이롭게 하는 종교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좌장을 맡은 종교평화회의 김항제 의장은 “종교간 사상과 역할 재조명을 통해 세계평화를 이루는 길을 모색해 보는 알찬 시간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종교평화헌장을 선포한 이래 어떻게 하면 더 실천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입장에서 세미나를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종협 홍윤종 사무총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각 종교가 가진 공통된 내용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인류 화합과 평화를 위한 각 종단의 공통점들이 하나로 모아져 종교간 평화실현의 기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2차 세미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현태 기자 jknewsk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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