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의월요일에읽는시] 강

구광본 (1965~ )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네
갈대가 눕고 다시 일어나는 세월,
가을빛에 떠밀려 헤매기만 했네

한철 깃든 새들이 떠나고 나면
지는 해에도 쓸쓸해지기만 하고
얕은 물에도 휩싸이고 말아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유형을 구분하자면 강(江)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물살이 센 강과 느린 강, 얕은 강과 깊은 강, 폭이 좁은 강과 넓은 강 등. 우리는 이 강들을 모두 건너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수 있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유년기, 청소년기, 과도기, 역경기 등 극복해야 할 과정들을 생각하면 우리 인생도 건너야 할 여러 가지 강을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김영남 시인
강은 누구의 힘을 빌려야 건널 수 있겠지만 현실의 강 중에는 혼자서도 충분히 건널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인용시의 ‘강’은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으로 한정하고 시작한다. 예서 말하는 강은 현실의 강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고, ‘갈대가 눕고 다시 일어나는 세월’ 동안 ‘가을빛에 떠밀려 헤매기만 했’다는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서정인의 소설 ‘강’을 연상시키는 이 시는 극복해야 할 우리 인생의 강을 은유한다. 이렇게 여기고 시를 다시 읽어보면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한 여운이 가슴속을 오래 맴돈다.

데뷔작이자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인용시는 구광본 시인의 작품이다. 그는 이 시를 발표하고 나서 소설가로 전업해 현재 중견 작가로 활동 중이다. 

김영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