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5억년된 대금굴로 신비한 시간여행

수로부인 흔적 좇아

과거로 설화여행
삼척은 멀다. 삼척을 여행지로 생각하다가 멀다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헌데 엄밀히 말하면 서울에서 대구, 광주 가는 시간과 그리 차이가 없다. 고속도로 등이 잘 뚫려 있지 않아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삼척을 한 번 가보면 심리적 거리가 확연히 줄어든다. 바다만 생각해선 안 된다. 관동팔경의 1경인 죽서루와 5억3000만년 전 생성된 대금굴, 환선굴을 품고 있다. 한 번만 찾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다.


◆5억년 전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금굴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대금굴에 들어가려면 ‘은하철도’로 이름 붙여진 모노레일을 타야 한다. 자연스레 1980년대 방영됐던 만화 ‘은하철도 999’가 연상된다. 그래도 설마했다. 노래가 나올까 싶었는데 대금굴에 도착할 때쯤 여지없이 추억의 그 노래가 귓전을 때린다.
삼척 대금굴의 다랑논처럼 계단식 형태로 물이 고여 있는 휴석소.

모노레일이 도착하는 곳은 대금굴 내부다. 어두운 동굴 내부에 정류장이 설치돼 있어 은하철도로 이름 붙여진 것에 괴리감이 들지 않는다. 은하철도는 인간이 가지 못하는 우주 여행을 하는 기차다. 동굴 역시 인간의 발걸음을 쉽게 허용하는 곳이 아니다. 어찌 보면 우주처럼 아직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신비로운 지구의 내부를 볼 수 있는 점에서 통한다.

더구나 대금굴은 원한다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대금굴은 현재도 석순, 종유석들이 자라는 숨 쉬는 동굴이다. 하루 입장인원을 72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우렁찬 폭포 소리가 동굴을 울린다. 정류장에 내려 계단을 오르면 어둠에 휩싸인 채 떨어지는 비룡폭포를 만난다. 8m 높이에서 떨어지는 이 폭포는 동굴 내부에 있다 보니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암석의 갈라진 틈새를 따라 물이 흘러내려 띠 모양으로 넓게 커튼 모양을 형성한 종유석.

폭포를 지난 후부터 동굴이 만들어낸 기괴한 모양의 석순, 종유석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암석의 갈라진 틈새를 따라 물이 흘러내려 띠 모양으로 넓게 커튼 모양을 형성한 종유석과 다랑논처럼 계단식 형태로 물이 고여 있는 휴석소 등이 눈에 띈다. 30분가량 걸어가면 막대형 석순이 눈길을 끈다. 높이가 3.5m에 이르는 이 석순은 지름이 5㎝에 불과하다. 조금만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부러질 듯 위태위태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막대형 석순 주위로는 거꾸로 매달려 있는 원숭이, 기어가는 뱀, 계란 모양의 에그 프라이 등이 몰려 있다.



대금굴 구경의 마지막 장소는 천지연으로 불린다. 물이 차있는 백두산 천지를 닮은 작은 호수다. 호수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동굴이 나타나고, 이어 환선굴로 이어질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위험하다 보니 아직 발굴이 되지 않았다. 현재 발굴된 대금굴의 길이는 1.6㎞인데, 이중 800m만 일반에 공개돼 있다.

◆관동팔경의 첫 경치 죽서루

삼척의 오십천을 끼고 절벽 위에 누각 하나가 놓여 있다. 오십천은 하천의 곡류가 심해 상류에서 하류까지 오십 번 물이 굽이친다고 해서 붙여진 곳이다. 그 굽이 한 곳 절벽 위에 서있는 누각이 죽서루다. 삼척 봉황산에 살던 봉황이 먹던 대나무밭의 서쪽에 누각이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죽서루의 기둥은 모두 17개로 이뤄져 있는데, 길이가 다 다르다. 자연석 위에 세워진 죽서루는 돌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석 크기에 따라 기둥 높이를 맞춰 세워졌다.


삼척의 오십천을 끼고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 죽서루.

죽서루 난간에 기대 멀리 바라보면 서쪽으로 백두대간이 펼쳐져 있고, 아래로는 절벽 아래 오십천이 흐르는 절경을 이룬다. 예나 지금이나 이 모습은 보는 이의 심금을 요동치게 하나 보다. 숙종과 정조, 율곡 이이, 송강 정철 등이 이곳의 경치를 보고 남긴 시들이 현판으로 천장 부근에 걸려 있다. 겸재 정선 역시 죽서루를 화폭에 담았다. 이 외에도 죽서루를 노래한 시가 현재 알려진 것만 500수가 넘는다. 이 정도면 관동팔경의 1경이라 부르기에 아깝지 않은 곳이다.



죽서루에는 숙종과 정조, 율곡 이이, 송강 정철 등이 이곳의 경치를 보고 남긴 시들이 현판으로 천장 부근에 걸려 있다.

신라 때 절세미인이었던 수로부인 설화가 전해지는 삼척의 수로부인 헌화공원 전경.
삼척에는 신라 때 절세미인 수로부인 설화가 전해지는데 이를 기념해 수로부인 헌화공원이 조성돼 있다. 입구에 설치된 51m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 뒤 20분가량 걸으면 용을 타고 있는 수로부인 조각상이 기다린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의 1.5배 크기다. 이곳에선 날이 좋으면 울릉도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볼 수 있는 날은 일 년 중 손에 꼽을 정도여서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최신 리조트에서 여유로운 숙박을

삼척의 해안을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레일바이크다. 전국에 많은 레일바이크가 있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은 삼척이 유일하다. 일제시대 삼척의 지하자원을 옮기기 위해 포항까지 철로를 연결했는데, 폐선된 후 2010년 관광자원화했다. 5.4㎞ 구간을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동해안의 경관을 볼 수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터널을 지나는 등 재미가 쏠쏠하다.


바다를 구경하면 탈 수 있는 삼척의 해양 레일바이크. 삼척시 제공

다양한 해양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숙박시설이 부족했던 삼척에 최근 대명리조트의 ‘쏠비치 호텔&리조트 삼척’이 개관했다. 쏠비치 삼척은 새하얀 외벽과 코발트블루 빛 지붕으로 구성돼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특징을 곳곳에 담았다. 외관 외에도 해안가 절벽 위에 있는 식당 ‘마마티라 다이닝’에서는 그리스식 식사와 전통주 ‘우조’를 맛볼 수 있다. 리조트는 동해시와 맞닿은 삼척 북부지역에 위치해 방에서도 동해의 촛대바위를 볼 수 있다. 워터파크 ‘아쿠아월드 삼척’도 오픈했는데 지중해 암굴도시 ‘카파도키아’에서 모티브를 얻어 동그란 구멍이 뚫린 기암괴석, 부서진 성벽, 아치 등을 곳곳에 설치했다. 무엇보다 부녀간, 모자간 워터파크를 찾았을 때 함께 샤워 및 탈의를 할 수 있는 패밀리 샤워장과 라커룸이 눈에 띈다. 어린 자녀 혼자 씻고, 옷을 갈아입기 힘든데, 이때 패밀리 샤워장과 라커룸을 이용하면 된다.

삼척=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