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보는세상] 세월은 가도… 삶의 열정은 시들지 않는다

을지로 공구상 주인 아저씨, 다난한 세월에 정수리가 텅 비어버리셨네요. 한때 이곳 청계천변 공구 거리에 도면만 가지고 오면 탱크도 만들 정도로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지요. 월남전 특수와 산업화의 격류 속 현대사의 노점에서 한눈팔지 않고 생업 일선을 지켜와 오늘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앉아계신 아저씨. 어깨는 굽고 머리칼은 몇 가닥 남지 않았어도 팔뚝의 근육은 여전하시네요. 저 많은 공구들 임자 다 찾을 때까지 부디 건강하셔요. 안경 너머 세상에 그리운 얼굴이라도 떠있는지요.

글 조용호 문학전문기자·사진 이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