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7-05 19:05:33
기사수정 2016-07-05 20:49:10
[암 이후의 삶] 홀로 싸우는 사람들/ 완치자 모임 활동하는 양근호씨/ 사춘기 때 투병… 환아들 ‘아픔’ 공감 / 고민 상담·소아암 인식 캠페인 등 벌여
“치료 초반에는 저도 우울해서 누워 있기만 했어요. 이제는 그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양근호(22·사진)씨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는 지난해부터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의 ‘완치자(생존자)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치료 후 5년이 경과한 소아암 생존자들이 모여 투병 중인 소아암 아동들을 돕는 것이다.
양씨 등은 매달 모여 소아암에 대한 인식 전환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아이들을 만나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해준다. 양씨는 중학교 2학년 때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항암치료를 했다. 다행히 건강을 되찾아 현재는 정보통계학을 전공하며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고 있다.
자신처럼 아픈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 시작한 봉사활동이지만 쉽지는 않았다. 양씨는 “5∼6살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오지만 상담이 가장 필요한 중·고생들은 마음을 닫아버려 말을 건네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후배들의 마음과 처지를 십분 공감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신뢰감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후배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마음을 열고 속내를 털어놓게 된다는 게 양씨의 설명이다.
그는 “‘학교에 돌아간 뒤 적응이 쉬운지, 자퇴 후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지’ 같은 고민부터 어떤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 병원에서 심심할 때 어떻게 이겨냈는지 등 의사를 비롯해 겪어보지 않은 그 누구도 답변해주기 곤란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양씨 본인도 과거 치료 초반에는 너무 힘들고 우울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에요. 항상 걱정이 많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럴수록 더 힘들었거든요.”
그는 “힘든 시간이 꼭 지나간다는 것을 믿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소아암 생존자들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이 서울 등 대도시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양씨는 “나는 수원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수원 쪽은 서울에 비해 이런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 도움 받을 기회가 적었다”며 “전국의 소아암 환자들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윤지로·김유나·이창수 기자
※실명 사용을 허락한 양근호·서창범씨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학부모의 이름은 가명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