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미·일 vs 북·중·러… 사드 '신냉전' 격랑

안보질서 급속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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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동북아의 안보 질서가 급속하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 한국·미국·일본 삼각동맹과 이에 반발하는 북한·중국·러시아가 맞서는 신냉전 구도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에 개의치 않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기로 결론을 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등을 계기로 미국 조야에서 제기된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야는 주한 미군 2만8000여 명이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전개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국이 최대 교역 대상국인 중국과 경제적인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미국을 소외시킨 채 한국과 중국이 정치·외교적으로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게 미국의 확고한 입장이다.

불 뿜는 사드 지난해 11월 미군이 북서태평양의 미국령 웨이크섬에서 사드를 이용한 요격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제공
미국은 특히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국이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적극 합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강화하는 중국과 일촉즉발의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을 내세우면서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그 포위망에 일본과 호주 등이 적극 가담하고 있으며 여기에 한국을 동참시키겠다는 게 미국의 구상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접어둔 채 외교 안보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도록 한국 측을 종용해왔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북·미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사실상 포기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 조치를 이끌어낸 데 이어 대북 제재 강화법을 제정해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해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북한을 퇴출하려 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를 들어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강수를 뒀다.

앞으로 6개월가량 남은 오바마 정부에서 북·미 간 해빙 기류가 다시 조성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차기 미국 정부가 대북 관계의 극적인 돌파구를 찾거나 북한이 핵개발 중단 조치와 같은 획기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북한의 추가 도발과 미국의 추가 제재가 반복되는 대결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