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7-10 22:17:37
기사수정 2016-07-11 01:56:48
“작은 카페를 빌려서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만 부를거야. 화려한 부케 대신 테이블 위에 작은 화분을 놓을 거고….” 대학생 때부터 나와 친구들은 ‘작은 결혼식(스몰웨딩)’을 꿈꿨다. 스몰웨딩이 ‘낭만’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때는 결혼이 현실로 다가온 서른 즈음이었다. 카페에서, 공원에서, 밀밭에서의 결혼을 꿈꿨던 우리들은 차례로 현실을 받아들였다. “야, 그냥 웨딩홀 가. 거기가 제일 저렴해.”
최근 한 웨딩컨설팅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신혼부부 평균 결혼비용은 8246만원이다. 여기에 집값을 더하면 2억∼3억을 웃돈다. 하지만 졸업 후 바로 취직을 했다고 해도 6∼7년 남짓한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손에 쥔 건 ‘푼돈’뿐이다. 예비부부들이 더 싸고, 더 합리적인 결혼식을 찾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 ‘스몰웨딩’, ‘셀프웨딩’이라는 키워드로만 입력해도 관련업체가 무수히 나오지만 내가 원하는 결혼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셀프 웨딩드레스, 커플링, 데이트 스냅사진 등 주요 검색 결과는 험난한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당장 예식장부터 발목을 잡는다. 청와대 사랑채, 시민청, 국립중앙도서관 등 인기 있는 공공기관 당첨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마저도 서울에 터 잡은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작은결혼정보센터’에 등록된 장소는 지자체별로 한두 곳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 특별한 ‘우리만의 결혼식’만을 위한 아기자기한 분위기나 높은 천장, 은은한 조명을 바라는 것은 사치다.
신부들에게 웨딩드레스 다음으로 신경이 쓰인다는 혼주 한복도 마찬가지다. 양가 어머니가 합심해 ‘한복, 그까이 꺼 필요없다. 빌리자’해도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100만원까지 만만찮은 대여 비용을 알게 되면 진정 합리적 소비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누군들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며칠 전 만난 친구가 “결혼 준비가 지옥 같다”고 토로한 순간 스몰웨딩은 애초 가능한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일찍 출근해 자정 가까운 시간에 퇴근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 분위기와 ‘보람은 됐고, 야근수당이나 달라’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외침 사이에서 셀프 스냅사진, 직접 만든 청첩장, 정성 가득한 피로연 음식은 또 다른 스트레스 요소다. 한 장소에서 한 시간 간격으로 대여섯 쌍의 커플이 ‘치고 빠지는’ 공장식 웨딩홀이 가장 쉬운 선택지가 되는 이유다. 이마저도 부담인 커플들에게는 줄일 건 줄이고, 빼고 싶지 않은 것까지 뺴야 하는 스몰웨딩을 가장한 ‘제로(zero) 웨딩’만 남을 뿐이다.
내년 ‘2월의 신부’가 된다며 조언을 구하던 친구는 결국 스몰웨딩을 포기했다. “이것저것 따지다 결혼식이 아닌, 결혼을 포기할 것 같았다”고 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청년들에게 결혼마저도 ‘노오력’이 필요한 듯해 입맛이 쓰다.
김민순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