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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류한류] 고3 담임의 갑질… ‘평가’ 빌미 수백만원 뒷돈

“우리 반은 회장을 투표로 뽑는 대신 내가 지명할게.”

지난해 3월 서울시내 한 고교 3학년 담임을 맡은 영어교사 김모(52)씨는 직권으로 A양을 학급 회장에 임명했다. 학생들은 의아하게 여겼으나 대학입시 때문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후 A양 어머니가 학교에 와 인사하길 기대한 김씨는 막상 연락이 없자 별것 아닌 일로 트집을 잡아 A양을 심하게 꾸중했다. 풀이 죽은 A양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어머니 박모씨는 곧장 학교로 달려가 김씨에게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따로 말은 안 했지만 ‘우리 애 사기를 북돋아주고 학교생활기록부에 좋은 평가를 적어 달라’는 취지의 촌지였다. 그 뒤에도 박씨는 현금 200만원과 백화점에서 산 보약 ‘공진단’ 1상자를 추가로 김씨에게 전달했다.

교무실에서 돈이 오가는 것을 누가 봤는지 김씨의 비위는 곧 들통이 났다. 김씨는 교육청 조사를 받은 뒤 수사기관에 넘겨졌고,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는 12일 그를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담임교사의 평가가 학생들의 대학입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악용해 학부모로부터 돈을 뜯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직위해제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