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포교원 제68차 포교종책연찬회 개최

‘현시대 불교신행운동’ 주제로 대토론…한국불교 진단 캐나다 리자이나대 오강남 비교종교학 명예교수는 지난 6일 “현재 종교계에 배타주의를 비롯해 여러 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속출하는 것은 신앙생활이 ‘나 중심’ 혹은 ‘우리 중심’의 표층 신앙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원장 지홍 스님)이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현시대의 불교 신행운동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통해 “표층 신앙에서 심층 신앙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탈종교화 시대에 종교는 어떤 모습일까?’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그는 “21세기 탈현대 사회에서 전통적인 종교는 그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며 “특히 정치화, 기업화된 종교는 사람들에게 감동은커녕 많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진단했다.

토론회 발제에 나선 오강남 교수, 원철 스님, 조성택 교수(왼쪽부터)의 모습.

 

오 교수는 “이런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 샘 해리스의 ‘종교의 종말’, 다니엘 데네트의 ‘마술을 깨다’ 등의 책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른바 ‘반종교 이론의 기수 4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입장에서 종래까지의 종교가 얼마나 반지성적·독선적·맹목적·파괴적인가 하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는 것.

그는 또, “최근 들어 매주 종교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캐나다의 통계를 보면, 1985년 조사에서 매주 종교의식에 참여한다는 사람의 비율이 3명중 1명(30%) 꼴이었으나 2005년에는 5명중 1명(21%)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는 사람의 비율도 과거 11%에서 22%로 2배가 늘어났다”며 “현재 서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자라는 종교는 ‘무신론 종교’라는 말까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종교의식 불참률이 젊은 층에서 더 높고, 비록 종교에 속한 젊은이라도 종교적 가치가 실생활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 실정이다”며 “미국의 한 보수주의 목회자는 ‘지금 젊은 세대가 결국 그리스도인으로서 마지막세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재래식 의미의 ‘종교’로서의 불교나 기독교는 그 수명을 다했다”며 “최근 달라이 라마도 ‘종교를 넘어’라는 책에서 더 이상 인과응보적이고 기복적인 종교를 통해서는 인간의 윤리적이고 행복한 영적 삶을 영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재래식 종교는 오직 ‘믿으면 구원’이라는 식의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표층 종교’를 뜻한다. 오 교수는 종교를 표층과 심층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즉 ‘무조건적 믿음’과 ‘이해와 깨달음’, ‘초월 신관’과 ‘범재신론’, ‘문자주의’와 ‘속내’, ‘배타적’과 ‘다원주의적’으로 나뉜다는 것.

그는 이러한 사례들과 종교 분류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 불교의 실정에 대해서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며 우려 섞인 말을 전했다.

오 교수는 “불교의 경우도 오늘날 기복 일변도의 종교적 태도에서 벗어나 부처의 정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새 시대 흐름에 맞게 남녀 성차별을 줄이고, 생태계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이웃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상호이해와 협력을 일궈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의식의 변화를 통해 이를 수 있는 성인의 경지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이를 추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표층에서 심층 신앙으로의 전환, 곧 이 시대 종교가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사회를 밝게 하려면 이런 심화과정이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불교 신행문화의 현황과 지향’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고려대 조성택 교수는 “불교를 믿고 실천하는 신행이란, 곧 원(願)을 세우는 일이다”며 “‘원’을 신행의 중심으로 세워 한국불교의 사회적, 문명적 리더십을 복원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불교는 전통적인 모습에 안주하고 있지 않지만, 변화 속에서 전혀 새롭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교리’다”며 “불교를 일상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불교의 교리에 대한 재해석이다”고 말했다.

포교연구실장 원철 스님은 ‘별원 이후 포교원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또 한 차례의 자기 변화를 하지 않으면 희망찬 포교의 내일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고 밝히며 신행혁신을 위한 7대 포교원 과제와 나아갈 길에 대해 소개했다.

스님은 ‘현시대 불자상 정립’, ‘불자상 정립에 따른 행동강령 마련과 캐릭터 개발’, ‘불자상을 모든 교육교재 및 프로그램에 적용하고 수행체계 정립’, ‘공동체 운동과 대안 운동 제시’, ‘포교원과 포교단체·신도단체의 공유’, ‘교계 매체를 통한 신행운동 홍보’, ‘신도품계에 불자상 적용’ 등을 제시했다.

 

제68차 포교종책연찬회(토론회) 전경.
이밖에 이날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 명법 스님, 건국대 손석춘 교수, 일지암 주지 법인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부산연합회 문화국장 주석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국장 남전 스님, 한마음과학원 김용환 기획조정실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특히 손석춘 교수는 오강남 교수의 발제에 대해 “심층종교에 다가갈 시간이나 여유가 없을 정도로 생존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다”며 “대학입시나 기복 기도 등 표층종교에 사로잡힌 성직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도 심층종교를 추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이 주관하는 제68차 포교종책연찬회로, 한국 불교 현실을 진단하고 신행혁신운동의 필요성과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현태 기자 jknewsk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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