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7-16 14:01:00
기사수정 2016-07-17 17:55:24
순수한 애국심일까, 맹목적인 애국심이 빚어낸 이기심일까. 민감한 자국 이슈를 대하는 외국 국적 연예인들의 소신 발언에 대해 국내 네티즌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른 국적의 연예인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 사안과 관련해 의견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일부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2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는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이후 중국 출신 아이돌 가수들의 유감 표명이 이어졌다. 에프엑스 빅토리아, 미쓰에이 페이, 페이스타 차오루, 엑소 레이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가수들은 SNS에 '중국은 한 점도 작아질 수 없다'는 글과 함께 남중국해를 중국 땅으로 표시한 지도를 게재하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패소에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정서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이미 판결 난 분쟁 사안에 대해 반기를 들며 정치색을 드러낸 모습에 옹호보다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작아질 수 없는 중국'이라는 표어에 녹아있는 중국 국수주의가 한국인으로서는 공감 대신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국적 연예인으로서 중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에 따라 의견을 표시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연예인들이 민감한 분쟁 지역에 대해 자국을 위한 정치구호를 외치는 것을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소녀시대 윤아와 배우 송혜교가 SNS에서 중국 팬들로부터 남중국해 판결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민감한 정치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강요하는 모습은 은연중 중국 편에 서길 바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무례함으로 비쳐지는 한편 애국심의 부정적인 민낯인 맹목성과 이기심을 들추기도 한다.
비단 연예인의 분쟁 지역과 관련한 의견 피력 문제는 중국에 국한된 사안은 아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예인들에게 독도 문제는 민감하다. 배우 송일국은 독도 수영 횡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일본 입국을 금지당했고, 가수 이승철은 2014년 8월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인 '그날에'를 불렀다 그해 11월 하네다 공항에서 4시간가량 억류된 바 있다. 배우 김태희도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발언을 했다 반한세력의 시위 대상이 되어야 했다.
지난 2012년 카라는 독도 질문을 침묵으로 넘겼다 국내의 비난 여론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일본에서 인지도 높았던 걸그룹 카라는 국내의 한 기자회견장에서 독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진행자의 차단으로 답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독도 발언이 양국 활동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까닭에 독도 문제에 소극적인 연예인을 향해 무조건 비난의 잣대를 들이밀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서 한국 연예인의 '독도 발언'은 자칫 일본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현실적인 문제이고, 그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본 활동에 주력하는 연예인의 경우, 독도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 눈치를 동시에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소신을 밝히는 데 딜레마에 봉착하는 현실이다.
연예인이 분쟁지역과 관련해 소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자국민, 분쟁지역과 이해가 갈리는 외국인의 위치에서 시선의 차이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대중의 호감도가 연예인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세계닷컴>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