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학교 사학과 도진순 교수는 지난 13일 “남북문제에 있어서 정전체제의 안보 문제를 부차적으로 여기고, 생태와 환경 또는 경제협력 등으로 평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계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도 교수는 서울 견지동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문수실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 28차 월례강좌’를 통해 “한반도 정세의 중요 변수는 여전히 군사 안보 문제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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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추본 28차 월례강좌에 강연자로 나선 창원대 도진순 교수. |
당시 ‘한강하구에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와 ‘나들섬 프로젝트’, ‘서해 남북공동평화수역 설정’ 등 육지, 강, 바다 할 것 없이 남북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
도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엄연한 현실이다”며 ‘경계는 역시 경계라는 점’을 다양한 시도를 성사시키지 못한 첫 번째 이유로 제시했다.
즉 서울과 평양, 대립의 중심이 변하지 않는 한 변경이 변화되거나, 변경의 변화가 중앙을 견인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또, 그는 ‘정전협정에 냉정하게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불문하고 정전협정에 대한 몰이해는 남북 사이의 경계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데 있어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도 교수는 “무엇보다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최고 중요한 변수가 여전히 군사 안보 문제라는 점이다”며 “정전체제의 안보 문제를 부차적으로 여기고, 생태와 환경 또는 경제협력 등으로 평화를 견인 내지 정착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태 문제가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이것으로 한국전쟁과 정전체제의 적대적 대립을 청산 및 치유할 수 없다”며 “또한 흔히 ‘평화경제론’이라 불리며 남북 협조를 통한 경제적 활성화가 평화를 견인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남북 대립의 압도적 위상인 안보 위기에 의해서 경제적 협력은 순식간에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반도에서 전쟁과 평화가 생존 자체의 문제라면, 생태나 경제는 인간답게 사는 일종의 존재 방식의 문제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적대적 대치의 해소, 즉 정전체제의 법적 정서적 청산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 교수는 “우리는 한국전쟁과 정전체제를 정면으로 직시하면서 평화를 위한 기억장치를 모색해야 한다”며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한국전쟁 전몰자의 합당한 ‘위령’에 대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위령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하나는 죽은 자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산 자들의 분투를 촉구하는 기억의 형태고, 다른 하나는 전쟁으로 안타까운 희생자가 된 죽음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자가 또 다른 승부를 앞둔 산 자들의 욕망이 주로 반영된 것이라면, 후자는 전쟁으로 죽은 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한다는 것.
도 교수는 “한국전쟁에 대한 기념물과 묘역들은 거의 대부분 전사자들을 자유세계를 지킨 영웅이거나, 제국주의의 침략을 물리친 열사로 호명하고 있다”며 “전쟁으로 희생된 죽음이 죽어서도 또다시 기억의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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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민추본이 마련한 28차 월례강좌 전경. |
그러면서 “산자들의 적대적 대치의 상징인 DMZ 안에 남의 한국군, 북의 인민군, 중국의 지원군, 미국과 여러 나라의 유엔군 등을 공동으로 애도할 수 있는 기억장치를 둬야 한다”며 “그것이 정전체제의 정서적 경계를 허물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제1보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월례강좌는 남북 간 정세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통일에 대한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을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민추본은 시의성 있는 주제와 남북 간 이슈로 월례강좌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이번 강좌를 맡은 도진순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중국 북경대학교 역사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민족주의와 남북관계’, ‘(주해) 백범일지’, ‘분단의 내일, 통일의 역사’ 등이 있다.
김현태 기자 jknewsk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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