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합병 불허…최종 결정 배경·파장은

“방송·이통시장 공정경쟁 해쳐”… 독과점 구조 원천차단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해 최종 금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TV 1위 사업자 간 인수합병(M&A)은 7개월여 만에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인수합병 심사를 신청한 지 231일 만에 최종 금지 결정이 나오면서 논란도 여전하다.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져 시장 혼란을 야기했고, 공정위가 불허 근거로 내세운 경쟁제한성을 해소하는 방안도 기존 인수합병 결정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리자 SK텔레콤은 유감표시와 함께 수용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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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제한성 우려… 독과점 폐해 ‘원천차단’

공정위는 18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 건에 대한 경쟁제한성 최종 심의 결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취득 금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금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기업결합은 기존의 방송·통신 분야 사례와는 달리 수평·수직형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이 혼재돼 있다”며 “일부 자산 매각이나 행태적 조치만으로는 이들 경쟁제한성을 모두 치유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심사에서 주요 쟁점은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에 있었다. 시장 획정 방법에 따라 경쟁제한성 분석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유료방송 시장에 대한 경쟁제한성을 분석할 때 전국 단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지역시장을 단위로 삼았다. 현재 지역마다 유료방송 요금이 다르고 서비스도 지역 단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의 경우 경기도 의정부(점유율 15.6%) 지역의 디지털TV 서비스 요금은 8000원이지만, 경기도 부천·김포(점유율 53.1%) 지역은 같은 서비스가 1만2000원이다.

지역 시장을 기준으로 시장을 획정한 뒤 경쟁제한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양사 합병 시 CJ헬로비전이 23곳 시장 중 21곳에서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가 돼 경쟁제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업결합은 서로 경쟁 대상인 양사가 합병해 CJ헬로비전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요금인상 가능성도 큰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양사 합병이 이동통신시장에서도 경쟁제한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알뜰폰 시장이 이동통신시장의 가격인상 요인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이번 기업결합은 이동통신 소매시장뿐 아니라 알뜰폰 망공급 시장 등 도매시장의 경쟁도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헬로비전 본사에서 한 직원이 걸어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인수합병을 불허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CJ헬로비전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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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불허 결정 수용”… ‘시장 경쟁 역행’ 논란 여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허가 심사도 무산됐다. 미래부·방통위가 심사에서 해당 M&A에 대해 아무리 인허가를 해도 공정위의 불허 결정이 가로막는 한 실제 기업결합은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이날 보도 참고 자료에서 “(공정위의 결정으로) 우리 부 절차(미래부 심사)를 계속 진행할 실익은 없어졌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결과를 수용했다. 양사는 M&A 무산에 따른 내부 책임론과 경영계획 차질로 인한 내부 수습에 분주해질 전망이다. 다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SK텔레콤과 달리 CJ헬로비전은 “다각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밝혀 행정소송 등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러나 “이미 정부에서 불허로 입장이 정리된 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8·15 특별사면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CJ헬로비전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 등 강경 대응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에서 최종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을 포함해 총 8건에 불과하다. 매년 기업결합 심사 건수가 500건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그만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으로 인한 경쟁제한성 우려가 크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위기 늑장 결정으로 시장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7개월이 넘도록 심사가 이어지면서 결국 불허 쪽으로 결론낸 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긴박하게 변화하는 방송통신 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공정위의 늑장 결정 탓에 업계는 유무형의 막대한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경쟁제한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논란거리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심사에서 “일부 자산 매각이나 행태적 조치 등으로 경쟁제한적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해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0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할 당시에는 ‘시장 점유율 50% 이하’라는 조건을 걸고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 사무처장은 “(점유율 제한조치는) 경쟁법적으로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조치”라고 답했다. 2000년 당시 공정위 결정과는 다른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수미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