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8-02 22:16:08
기사수정 2016-08-02 22:16:08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라는 공기업이 수년간 유해물질과 폐유 등을 대량으로 바다에 버려오다 적발됐다. 그것도 몰래 하려고 ‘잠수펌프’까지 설치했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존립 근거인 공공의 목적에 반하는 공기업의 도덕 불감증에 기가 찰 따름이다.
울산해양경비안전서는 그제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로 울산화력본부 관계자 2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환경관리부서 한 직원은 2013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소포제(거품 제거제) 일종인 디메틸폴리실록산 290t을 냉각수 30억t에 섞어 울산 연안에 배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인체 노출 시 호흡기 자극, 태아의 생식 능력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액체물질로 해양 배출이 금지돼 있다.
발전기술부서 한 직원은 2013년 10월쯤 발전과정에서 생성된 폐유 등 유성혼합물을 바다에 몰래 버리기 위해 유수분리조 안에 잠수펌프(용기에 든 액체 물질을 외부로 배출하는 장치)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성분 분석에 따르면 유수분리조와 잠수펌프에 남아 있던 폐유 섞인 오염수는 동일했다. 유성혼합물은 따로 저장했다가 배출 전 친환경적으로 처리해야하는데 그대로 흘려보낸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울산화력본부 측은 디메틸폴리실록산에 대해 “허용농도 등 세부기준이 없어 그동안 모든 발전소에서 소포제로 사용했던 물질”이라며 유해성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 “잠수펌프는 천재지변 시 유성혼합물이 바다로 유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것이다. 쉽게 납득 안 되는 군색한 변명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울산의 대표 공기업이다. 변명보다 자성하고 공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게 마땅하다.
해경은 2013년 이전에 근무한 울산화력본부 다른 직원도 오염수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직원들이 불법행위를 모를 리 없었을 것으로 의심된다. 나아가 다른 해양시설과 업체가 비슷한 수법으로 오염수를 배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경이 울산화력본부 임직원은 물론 다른 시설·업체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이번 기회에 국민 건강을 해치는 환경범죄는 뿌리 뽑도록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