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떼먹고… 환불 차일피일… 휴가 망치는 '여행 사기'

소비자 피해 잇따라… 인터넷 판매 상품 ‘주의보’ "제발 원금만이라도 돌려줬으면 좋겠어요."

직장인 김모(30·여)씨는 여름휴가 때 유럽에 간다며 설레던 부모님 모습을 떠올리면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부모님이 가기로 했던 여행이 지난달 21일 돌연 취소되더니 계약금 500만원도 떼일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해당 여행사는 출발 며칠 전 ‘인원이 부족하다’며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뒤 여지껏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김씨는 몇번이고 항의했지만 여행사 측은 “내일까지 주겠다”, “사장님이 한국에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업체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올려도 소용이 없었다. 게시물이 금세 지워지더니 며칠 전부터는 아예 글쓰기도 불가능하게 해놨다. 김씨는 “위약금은 됐으니 원금만 되찾아도 바랄 게 없다”며 “부모님의 여름휴가가 완전히 엉망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 피서를 즐겼어야 했던 회사원 김모(34·여)씨도 두 달 전 여행사 대표가 갑자기 문을 닫고 잠적하는 바람에 휴가를 망쳐버렸다. 김씨는 “시중가보다 저렴해서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를 보고 별다른 의심 없이 여행상품을 구입했다”며 “그런데 남편과 두 아이 몫까지 합쳐 입금한 250만원을 모두 날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아 여행 관련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상품 약관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여행상품 계약과 여행 중 안전, 가이드 불만 등 여행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13년 667건에서 2014년 816건, 2015년 845건, 올 상반기 481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휴가철이 포함된 3분기에 특히 여행 관련 민원이 많다”며 “주로 여행 취소나 청약 철회, 위약금 등 여행상품 계약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렌터카나 숙박 관련 피해도 이 시기에 집중된다. 수리비 ‘뻥튀기’ 등 렌터카 관련 민원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576건이었는데, 이 중 152건(26.3%)이 7·8월에 집중됐다.

여행사들이 계약금만 받은 뒤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강원도 강릉에서는 250여명한테 “저렴한 가격에 유럽, 동남아 등지로 여행을 갈 수 있다”고 속여 2억7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황모(36·여)씨가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유명 여행사 근무 경력이 있는 황씨 말만 믿고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까지 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여름휴가철마다 비슷한 피해가 잇따르자 경찰은 지난달부터 인터넷 사기 집중 단속에 착수했다. 여행 관련 상품 사기의 상당수가 7·8월에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발생한 피해 유형을 분석한 결과 물놀이 시설 등 할인권 관련 사기가 가장 많았고, 항공편·렌터카 등 교통 관련 피해, 숙박권 관련 사기가 그 뒤를 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상품 구입 전 ‘사이버 캅’ 등 사이트를 통해 해당 판매자에 대한 신고 이력을 확인하고, 결제대금 예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여행사 상품을 고를 때 관할 등록관청의 등록 여부와 영업보증보험가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환불규정과 국외여행 표준계약서 작성 여부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계약금 입금 시 업체 상호 등이 들어가 있는 법인 명의로 돈을 부쳐야 피해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